청춘

2006년 3월 2일, 나쁜 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3월 2일, 나쁜 피

dancingufo 2006. 3. 3. 03:21
 
어떤 것은 내 자유의지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야. 어떤 것은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일이야. 때로는 타인의 의지에 의해 이끌려가기도 하는 거야. 그렇게 삶이, 이 방향과 저 방향에서, 다시 또 새로운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어. 내가 앉아있는 곳은 그 삼각형의 무게중심이 맞는 걸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어. 이 의심이 솟아난 이상, 난 또 아마 모든 것을 다시 고민하게 될 거야. 내가 있는 시간에서 거짓말처럼 없어져버린 너에 대해서도 생각하겠지. 너를 좋아하는 이유나 너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뿐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싫어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하게 될 거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행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묻겠지.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의 의미를 묻게 되고, 어째서 타인과 소통해야 하는지, 어째서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도 묻고 말거야. 인간이 왜 인간을 소유하고 싶어하는지, 왜 나눠갖는 것은 못 참는 건지, 어째서 질투가 없으면 사랑이라고 믿어주지 않는지, 때로는 왜 사랑보다도 질투가 먼저 생겨나는지, 나는 또 모든 것을 알 수 없어서 헤매이게 될 거야.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면 삶이 온통 낯선 것들로 채워져 있음을 깨닫게 되겠지. 왜 내가 숨을 쉬는지, 왜 내가 밥을 먹는지, 왜 내가 잠을 자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나는 내 정신이 곧고 바르며 순수하고 여유로워질 가능성도 있다는 꿈 따윈 꾸지 못하게 될 거야.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모르겠어. 정말로 피가 나쁜 탓일까. 그냥 그렇게 말해버리는 게 옳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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