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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6일, 우르르 쾅- 쾅쾅쾅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3월 16일, 우르르 쾅- 쾅쾅쾅

dancingufo 2006. 3. 17. 04:24
 
바빠. 너무나 바빠. 왜 이렇게 바쁘냐면 난 할 일이 많기 때문이야. 일주일에 51시간을 일하고 있고 오며가며 지하철과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14시간. 아침엔 출근 준비, 들어오면 씻고 청소하고 잘 준비를 하는 데 드는 시간이 일주일에 17시간이나 되지만 난 그 외에도 해야할 게 너무 많지. 매일매일 일을 해도 업무량은 매일매일 늘어나기만 해서 자체 연장 근무는 불가피해. 하지만 리그가 시작되었으므로 주말에 연장근무를 계속 하기란 더이상 불가능하지. 나의 홈팀은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두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서 난 매번 일주일 중 유일한 휴일을 축구에 꼬박 가져다 바쳐야 해. 데뷔를 눈 앞에 둔 진과 등등의 녀석들도 챙겨봐줘야 하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게다가 본 영화나 책이나 경기의 리뷰도 남겨두려고 하다보니 매일매일이 정신이 없어. 그런데도 주말에 하지 못한 연장 근무가 매일매일의 저녁을 나누어져야 하니, 내가 안 바쁠 수가 있겠어?

난 보고 싶은 영화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은 사람이야. 점점 목록은 늘어만 가는데 바빠, 바빠, 라고 소리치는 사이에 아무것도 마음 만큼 해내지 못하고 있어. 보지 못한 신작들은 점점 뒤로 밀려서 내가 뭘 보려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잔뜩 사놓기만 하고 펼쳐보지 못한 책들은 점점 늘어나서 책장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언제 한 번 보자, 얼굴 본 지 오래 됐잖아, 그래 시간 나면 보자. 언제 시간이 되지? 글쎄, 다음주쯤 되려나. 시간 나면 연락할게, 라고 미뤄둔 약속도 한 둘이 아니야. 뭔가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매일 저녁, 이렇게 멍하니 앉아있다보면 오늘도 또 해야할 일이 늘어만 나있어. 이 일들은 절대로 줄어들지는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좋아하는 것을 줄여야 하나? 그래서 진과 등등의 동생들은 데뷔를 하든 말든 HEYX3에 출연을 하든 말든 신경을 꺼버려야 하나? 경기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만 경기장을 찾고 나머지는 그냥 TV로 해결하면서 만족해야 하나? 친구들이 날 좀 나쁘다고 생각하고 그리하여 한 사람 두 사람 멀어지는 것을 죄책감도 느끼지 말고 바라봐야 하나? 그렇게 하면 나에게 시간이 좀 더 많이 남는 걸까. 그러면 나는 나를 좀 더 아껴줄 수 있을까.

알고 있어. 이 시간을 위해서 좀 더 현명해지고 확실하게 행동해야한다고. 타인에게 한없이 냉정하게 구는 내가 왜 나에게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어. 알고 있는 것처럼만 행동하면 이렇게 바쁘다고 징징거리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정말 이렇게 바쁘다가는 언젠가 폭발해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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