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3월 28일, may be 본문
01.
버려도 될 것과 버리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하기. 이 폴더와 저 폴더를 분류하기. 사는 건 결국 나누고 나누는 것의 연속인 걸까.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구분해서, 다르게 대하기.
02.
착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거절해야 할 것이 있는데 못하는 사람. 그러면서 결국 거절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 그래서 결국 처음부터 나를 거절하려 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런 최악을 만드는 사람. 흔히 사람들이 착하다거나 마음이 여리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 라고 말해두는 쪽이 좋아. 좀 드세고 날카로우면 어때. 그런 사람이 나에게 친절한 것이 훨씬 더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
03.
축구, 가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다루어지는 것이 싫은가봐 난. 하지만 이제 고작 다섯 손가락을 접을 수 있는 정도가 내가 축구팬으로 살아온 시간의 전부잖아. 그러면서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고귀한 것처럼, 으쓰대고 젠 체하기 싫어. 그러니까 얼굴도 구기면 안 돼. 눈초리도 날카롭게 만들면 안 돼. 조용히 있는 거야. 그냥, 아무 것도 못 듣고 못 본 것처럼 가만히 있기로 하는 거야.
04.
문득 묻고 싶어졌지. 김은중 너는 왜 우리의 골대를 향해 슛을 할 때도 일말의 망설임조차 가지지 않았냐고. 우리에게 패배를 안기고서도 어째서 황홀한 듯 세레모니까지 펼쳤냐고. 나는 아직도 이렇게 그 시간들에 절절절 목을 매는데, 너는 왜 그 추억들에 대해 조금도 낭만적이게 굴지 않느냐고.
대답이 없어. 그런 너를 보면, 구차하게 굴지 말자. 잊어버리자. 다 그냥 지나간 일. 흔하디 흔한 기억. 고개를 젓지. 그래도, 그래도, 잊은 건 내가 아니야. 괜찮아진 것도 내가 아니야. 나는 그냥 너처럼, 아무렇지 않고 싶은 것 뿐이야. 너처럼 그냥 쿨하게, 웃으면서 말하고 싶은 것 뿐이야.
괜찮아지고 싶어. 하지만 또, 두려워지기 시작했어 난.
05.
난 아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웃음이 나네. 나는 아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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