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4월 13일, 기적 본문
이동국이 다쳤다. 절뚝- 하며 잔디 위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더이상 내가 위하고, 지켜보고, 아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절반이 좋아하는 마음이었다면, 절반은 안쓰러움이었던 게 분명하다. 이동국에 대한 내 마음은 그랬다. 튼튼해져서 다시 밀림의 제왕이 될 수만 있다면, 나는 이동국 따위 계속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시큰둥하기만 했다. 이동국은 다시 잘 달려주었고, 실력에 걸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다. 나는 이동국을 그만 잊고 지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잊어갔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갔고, 어떤 특별함도 느껴지지 않는 선수가 되어갔다.
그 때, 그럴 때, 이동국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TV화면 속에서, 새파란 잔디 위를 달리다가 절뚝- 하며 넘어지는 이동국을 보았다. 잘생긴 이마가 고통에 짓이겨져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울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동국은 멋지고 잘생겼으며 키가 크고 건장하며 새파란 젊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동국은, 언제나 내가 걱정과 안쓰러움에 마음을 졸이도록 만들었다. 화가 났다. 끝까지 건강해지지 않는 이동국에게 그랬다. 건강해지기만 한다면 더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늘 아프기만 한 이동국. 이렇게 늘 눈물이 나는 이동국.
그 마음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생각을 멈추었다. 어떻게 또 젊음이나 희망이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너는 아직 젊다고. 아직 남은 기회가 많다고. 어떻게 또 웃으면서 위로할 수 있을까.
몸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건강하지 못한 몸이 주는 고통의 크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나 이렇게 이동국을 한없이 질투하는 주제에, 바보처럼 기적이라도 일어나, 이동국의 몸이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이 여름이 부디 이동국의 것이 되기를 바랐다. 그로 인해 내가 견딜 수도 없을 만큼 이동국을 질투하게 되기를 바랐다. 바보같이 말이다. 너무나도 한심한, 바보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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