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5월 16일, 단호하게 본문
시원한 동시에 따뜻한 바람이 맨다리를 휘감을 때의 감촉이란 것이 있다. 그 감촉은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은 것이다. 치마를 입어보지 않았거나, 스타킹을 벗지 않는 사람들은 이 느낌을 모를 것이다. 나는 대체로 차가운 쪽의 계절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여름이 다가올 무렵에 신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맨발로 샌들을 신을 수 있고 맨 다리로 치마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오늘이나 어제, 지난 며칠동안은 아침엔 따뜻하고 저녁엔 시원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숲속에서 맞은 아침이라든가 바닷가에서 바라본 저녁 하늘 같은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어딘가 가고 싶다고 혼잣말을 하면, 사시사철 그러지 않았냐고 G가 묻는다. 사시사철, 그래.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마음이 요동을 부리는 것도 당연한 일인 듯 하다.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늘 도망가버리는 것은, 그 정도의 시간 앞에서 언제나 내 한계를 마주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제법 일리가 있다 싶어서 멍하니 그 생각에 빠져있다. 그냥 짜증이 나도 막상 출근을 하면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오곤 했는데 요즘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의식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잠자던 자의식이 깨어나는 중이다.
그 사람을 잃고 내가 너무 서러웠다고. 너무 서러워서 차라리 오누이이길 바랐다고. 하나 하나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기억이 돌아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탓이다. 그러니까 나로 하여금 두 번 같은 일을 겪게 하지 말아달라고. 자신있다는 말 따위가 나를 설득시킬 수 있을 것 같냐고. 모르겠다. 나는 곧 단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너로 인해 설레지 않는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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