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5월 29일, 사라진 시간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5월 29일, 사라진 시간

dancingufo 2006. 5. 30. 03:33

01.

최근 내가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된 것은 시간을 최대한으로 쪼개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동안 너무 되는 대로 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최근 퇴근한 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쓰려고 애쓰고 있다. 그렇게 얼마 남지도 않는 시간 안에 이런 저런 일들을 채워넣다보니 당연히 짜투리 시간이 없어졌다. 나는 늘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을 넉넉하게 가지고 사는 사람이었고, 그 시간들을 통해서 독서도 하고 사색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시간을 쪼개 쓰기 시작하면서 내 일상에서 독서도 사라졌고 사색도 사라졌다. 덕분에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나는 나에게 맞는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고도.


02.

아주 쉬운 문법책을 사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대충 대충 보아도 머리에 들어올 만큼 쉬운 책이기 때문에 노래 들으면서도 보고, 채팅하면서도 보고 있다. 그러다 연습 문제를 풀면 생각보다 틀리는 것이 많아서 좌절해버리고 만다. 대학까지 교육 과정을 마친 한국의 20대 중에 나만큼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낙천적인 성격 탓에 이런 것을 별로 컴플렉스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듯 하다.


03.

한 번 그만두고자 마음을 먹고나니 최근엔 정말로 일이 하기 싫어졌다. 그런데도 왠지 소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을 구하려고 나서지 않는 듯 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이대로 계속 미적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확실한 날짜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그만두어야겠다. 그리고 다음엔 무엇을 하든, 좀 더 솔직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04.

참 이상하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는데도 아무 글도 쓰지 않으려고 굴 때가 있다. 아마도 내가 내 글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고작 이런 정도밖에 쓰지 못하면서 내 글을 너무 좋아하는 나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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