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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2일, 당신들의 육체에 신의 가호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6월 12일, 당신들의 육체에 신의 가호를

dancingufo 2006. 6. 13. 04:11
 
달리다가, 얀 콜러의 무릎이 돌아갔다. 자신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었고, 그 후로도 동료의 추가골이 있어서 팀은 전반전에 이미 2-0으로 기분좋은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특별히 심한 태클을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디딤발을 잘못 놓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그냥 그렇게 되었다. 넘어지며 무릎이 돌아갔고, 그 순간 고통스러운 듯 팔을 치켜 들었던 얀 콜러는 그대로 들것에 실려나가 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했다. 얼마 후 다리를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얀 콜러가 보였고 그 모습을 보면서 한준희씨는 저렇게 급하게 경기장을 빠져 나가야 하는 것 보니 보통 부상은 아니겠다 이야기했다.

체코에 대해서도, 얀 콜러에 대해서도 잘은 모르지만 네드베드가 처음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것이니까 아마 얀 콜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의 축구 생활도 나름대로 탄탄했고 체코라는 국가도 축구팬들 사이에선 꽤 강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 한 번을 뛰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미 서른을 넘어서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 사람들은 드디어 월드컵에 출전했다. 인생의 첫번째 월드컵이고,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얀 콜러는 이 경기에서의 부상으로 자신에게 유일할 이 월드컵을 더 이상 뛰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유일할 월드컵인데, 지금까지는 단 한 번 달려보지 못한 무대인데, 모든 축구선수들의 염원인 무대에 드디어 도착한 것인데, 그런데 그 삼십 몇분이 전부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너무 슬퍼진다. 육체라는 것은 정신과 달라서 아무리 추스리고 괜찮아지려 노력해도 전혀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애를 태워도 꼼짝달싹 할 수 없게끔 인간을 주저앉게 만들 때가 있는 것이다. 축구 선수들은 그러한 육체에 99%를 걸고 있는 존재들이다. 마음을 아무리 다부지게 먹어도, 몸에 뒷덜미를 낚아 채인다. 그런 그들 때문에 조금, 슬퍼진다. 나, 축구를 보면서 또 좋아하면서 이토록 유별나게 선수들을 중요시하는 것은 그들이 자주 안쓰럽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연봉이나 개인적인 영광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종종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래서 위해주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재기발랄한 선수들이, 우리 나라의 선수들이, 나의 소중한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주저앉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 모든 육체들에 부디 신의 가호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 안타까움으로부터 괜찮아질 수 있게끔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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