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8월 21일, 오늘의 생각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8월 21일, 오늘의 생각

dancingufo 2006. 8. 21. 22:36


오랜만에, 일기를 쓰기로 하자.



오늘의 첫번째 생각. 사람.

사람은 이상하게도 늘 사람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의 경우를 보자면, 사람보다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관계맺음에 자주 힘겨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난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과 거리를 좁혀 나가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사람을 만날 순 있지만 사람을 믿지는 못하는 것이다. 공포, 라고 느낀다. 거리가 좁혀지는 데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조금 무섭다. 사람에게 진심을 다한다는 것도 많이 낯설다. 엄마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다. 그 사람에게도 그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를 만나는 일에는 늘 다짐같은 것이 뒤따르고 그 사람과는,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던 것 같다.

세상에 좋은 사람, 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 이야- 라고 간혹 느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당혹스럽다. 어떻게 해서 저렇게 구김없고 솔직하며 선하고 곧고 자신감에 차있으며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음흉한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거짓말일 거라는. 뭔가 믿어서는 안 되는 거라는. 그렇지만 사람이 모두 그렇게 무언가를 감추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는다. 세상엔 나처럼 앞면과 뒷면, 그리고 그 사이 수없는 단층 사이에 진실을 감추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줄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삶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자신을 긍정하는 일은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두번째 생각. 오해.

예를 들면, 너처럼 살고 싶어- 라거나 네가 부러워- 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치자. 하지만 그 사람들이 보고 있는 내가 진실이 아니라면 그런 말을 듣고 있는 나는 허탈해진다. 나는 '넌 잘 할거야'라거나 '네가 잘할 거라고 믿어.'라거나 '넌 강하잖아.' '넌 똑똑하니까.' 따위의 말들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늘 그러하기 때문에, 위로를 바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알아서 잘 할 수 있을 거라면, 투덜대는 일조차 안 했을 사람이 나인데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늘 똑같은 말로 최선을 다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난 알아서 잘 할 수 없다. 강하거나 똑똑한 것으로는 버틸 수 없는 것들이 삶의 난관이다. '너를 믿어.'라는 말과 표정은 사실 가장 쉽고 무책임한 위로 아닌가. 나는 지금 지겨워하고 있다. 그래서 어린 아이나 애완견처럼 굴고 싶어진 것이다.



오늘의 세번째 생각. 김은중.

달려서, 패스를 해달라며 손을 번쩍 들거나, 상대팀의 태클에 풀썩 넘어지거나, 반칙이라며 심판에게 항의를 하거나, 멋지게 크로스를 올려주거나, 골문 앞에서 이리저리 뒤엉키거나, 결국 골을 넣고 좋아하거나- 하는 모습이 눈 앞에 있다.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팀이라거나 정체성이라거나 하는 모든 것들도 잊고 그냥- 즐겁다. 달리는 김은중은 정말, 최고다.

그런 김은중이 올스타전에 나가서 '패륜김은중'이란 소리 따위를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상처받았기 때문에 다른 대상에게 잔인해질 순 있다. 부당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은 알고들 있지 않는가. 김은중은 연고이전에 책임이 없다. 부당한 비판은 비난이며, 그리하여 제대로 된 비판의 정당성에마저 해를 끼친다. 이야기들은 바대로, 상대의 도덕적 결함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결함을 가진 비난을 던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나가뒤져라- 라는 외침에 옆자리에 앉았던 아이엄마가 자기 아이의 귀를 막는다. 그렇지만 나, 그런 것으로 그 사람들의 시위가 부당하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슈퍼파워 안양- 이란 외침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안양은 죽지 않는다- 는 걸개에 마음이 아프다.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나는, 그래도 귀를 기울여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음이 털썩 주저앉는다. 김은중의 잘못이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서 그런 비난을 듣고 싶진 않았다.



오늘의 네번째 생각. 열정.

한동안은, 어쩌면 꽤 오래, 나의 열정을 부정했다. 한심해했다고 치자.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열정 중 오직 독서열만을 인정했고 나머지 모든 것은 감추려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열정으로만 소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은 더 현명하게, 나의 열정을 다독여주도록 해야겠다.



오늘의 다섯번째 생각. 한 걸음씩.

욕심을 버리자. 한 걸음씩,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희,노,애,락이 뒤범벅이 된 미래가 눈 앞에 있다. 그 모든 것의 가능성을 잊고 현재에만 급급해해선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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