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8월 29일, 우리의 승리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8월 29일, 우리의 승리

dancingufo 2006. 8. 30. 01:12


비단 어느 한 사람에게- 는 아닐 것이다. 요즘은 계속 짜증이 난다. 몇몇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이유로 비슷하게 불쾌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아마 일상의 많은 시간들을 짜증스럽게 보내고 있는 것일 게다. 그래. 지금 나는 짜증이 난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어쩐지 짜증을 낼 수가 없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는 이성에게 끌린다거나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거나 하는 것과 같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란 생각이 든다. 식욕이니 성욕이니 하는 것만큼 원초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인 것이다. 그러니까 본능인 셈이고 그러니까 달리, 그 감정의 타당한 이유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한 것일까. 나 자신은, 나의 말을, 이해하고 수긍한 것일까? 타당한 이유같은 것, 논리같은 것, 따지거나 밝혀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비단 나만의 것도 아니고 모두의 것이니까.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당연한 것이니까. 아침을 먹고 점심이 되면 다시 배가 고픈 것처럼, 이 마음도 그런 것이니까.

그런 당연한 것에서 결핍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비참해지는 것 같다. 내 자신을 한번도 비하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당연히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다. 그러니 이런 순간을 힘들어한다고 해서 나를 너무 나무랄 필요는 없다.






패배라는 것은, 어찌보면 별 것 아닌 일이고 나에게는 한두번의 겪는 기이한 경험도 아니기에 그깟 패배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냥 지는 것과 무기력하게, 그래서 완벽하게 져버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런 패배로 인해 내가 나의 팀을 미워하게 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는 받는 것이다. 나는 축구팬이니까. 나는 내 팀을 사랑하는 축구팬이니까. 그런 패배는, 자신의 팀을 아끼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상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은, 그런 상처나 치부를- 벌거벗긴 채 밖으로 내보이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울고 싶은지 이해하지 못한다. 때때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떠올릴 수도 없는,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것만으로 끔찍한 그런 패배가 타인에겐 그냥 웃음꺼리였거나 기가 막힌 기쁨이었다는 것을 내가 받아들일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그 어떤 팀의 팬들도 나는 부럽지 않다. 나는 그저, 패배를 향해 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을 마주쳤을 내 선수들이 조금 안쓰러울 뿐이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금- 슬플 뿐이다. 어차피 다른 이들의 승리 따위 값싼 환호일 뿐이지 않는가. 이토록 고귀하고 숭고한 우리의 패배에 비하면,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 따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들의 괴성일 뿐이지 않는가.

그들의 승리 따윈 부럽지 않다. 그저 우리의 승리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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