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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4일, 나의 영화제의 끝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0월 14일, 나의 영화제의 끝

dancingufo 2006. 10. 20. 13:13

그러니까, 해운대에는 당일표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아침 식사만 해운대에서 해결한 후 다시 남포동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11시 영화를 놓치고 남포동에 도착하여 <타인의 삶>, <라이트 인 더 더스크>, <그르비바차>, <콩고라마>를 예매했다.

사실 남포동으로 돌아오면서 <타인의 삶>을 보게 되어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남았다. 자세한 얘기는 차후에 하겠지만 어쨌든 첫 영화부터 대박으로 성공하여 이 날은 기분이 꽤 좋았던 것 같다.

이어서 <라이트 인 더 더스크>를 본 후에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딱히 맛나는 걸 찾지 못해 간단한 닭요리를 먹었는데, 다 먹은 후 시간이 남아서 남포동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리는 꽤 많이 후회하고 아쉬워해야 했다. 왜냐하면 바로 이 거리, 남포동의 먹자거리가 있다는 것을 그제야 생각해냈기 때문이었다.

이 곳. 파는 사람도 사먹는 사람도 음식을 먹는 장소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곳. 맛있는 먹거리가 충분한 곳. 사람냄새 나는 곳. 웬만큼 배가 부르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남포동의 먹자거리이다.


그런데 난 갓 밥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웬만큼 이상으로 배가 불렀다-_- 하여 다른 것을 먹어볼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던 때는-


바로 이것을 본 직후였다. 확실하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보니 잔치국수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잔치국수를 살짝 미칠 만큼 좋아하니까 말이다.


후회와 아쉬움에 뒤범벅이 된 채 걸어다니다가 발견했다. 저것은 등불일까. 예쁘다. 반짝반짝.


가을이지만, 여전히 팥빙수를 팔고 있었다. 모든 먹거리를 거리에서 해결하는 남포동의 거리.


먹거리들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손들이 보인다. 떡볶이도 있고 오뎅도 있고 만두도 있고 파전도 있다!


먹자거리를 빠져 나와 <그르비바차>를 보기 위해 다시 극장가로 들어섰다. 역시나 밤이 되자 사람이 더 많아졌고, 토요일이라 더더더 붐비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인산인해? 사람들이 앉아있는 난간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더니,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래도 뭐, 치마가 좀 짧아서 신경쓰이는 것 빼고는 무슨 상관이랴- 하기로 했다. 카메라를 사고 나서 알게 된 것. 그것이 손에 있으면, 주위 모습을 좀 더 주의깊게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며 걸어다니다가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어 극장 안으로 들어갔고, 예매한 영화를 모두 다 보았을 꽤 늦은 시간이 되어있었다. 나와 친구는 이 날은 각자 집으로 들어가 자기로 했고, 하여 김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기 직전-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인적도 드물어진 남포동 거리가 눈에 보였다. 3년 만에 찾은 부산 영화제. 그 영화제가 단 이틀의 시간 만에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쉬웠지만, 더 남아서 즐기고 싶었지만-

이제는 '영화가 좋아? 축구가 좋아?' 라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거나 흠흠 하고 정답을 생각해내기 위해 생각에 빠지지 못하게 된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확실한 답을 알게 된 나는, 하루간 더 머물며 볼 수 있을 서너 편의 영화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웃으며, 안녕- 을 했다. 몇 년간 그리웠던 이 거리도 안녕. 몇 년간 이맘때면 늘 설레었던 이 거리도 안녕.

나의 영화제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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