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10월 23일, 부재중 전화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0월 23일, 부재중 전화

dancingufo 2006. 10. 23. 16:13


01.

시장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난 월요일부터 일주일이나 시간을 주었건만. 사실 생각이 계속 다른 곳에 가있어 시장조사는 물론이고 보고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조차 거의 하지 않은 채 이 월요일을 맞았다. 대충 주말에 해결하면 되겠지, 생각을 했지만 토요일도 일요일도 그냥 그렇게 보내버리고. 경기를 다녀와서 녹화중계까지 다 챙겨본 후에야 급하게 생각이 났다. 그렇지 참, 보고서.

잠이야 안 자면 되니까 어떻게든 완성을 해서 가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졸리거나 피곤한 걸 떠나서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다. 뭘 어떻게 기획해서 내란 말인가. 사실 조사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막막해져서 작성하던 문서를 멍하게 보고 있자니, 어쩐지 좀 짜증도 나고 두통도 밀려와 결국은 두 시간만에 보고서 작성을 포기해 버렸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남은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늦지 않게 제출하긴 했지만, 제출하면서도 민망하고 부끄러워- 난 왜 고작 이 모양인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시키는 일이야 그 때 그 때 해내고 있다지만, 창의적이지도 않고 자기 발전적이지도 않아서 나에게 조금 화가 난 것 같다. 그러게 왜 실은 별것 아닌 일을 가지고 넋을 놓고 있었느냔 말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할 줄 모른다는 점에서는, 나 역시 어른은 되지 못했다.


02.

부재중 전화에 속이 상하는 건, 꼭 내쪽에서 전화를 하면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기 싫어하는 내가, 그 중에서 받고 싶은 전화가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었다.


03.

고작, 두 시간을 잤는데- 그 두 시간 동안 클래식더비가 했다. 2분 만에 라울이 골을 넣었다는데 나는 왜 그걸 못 챙겨보고 하필이면 그 시간에 잠들어버렸던 것일까. 골 넣은 라울을 보지 못한 게 억울해져서, 오늘은 회사 컴퓨터의 바탕 화면을 라울로 바꾸었다. 바꿔놓고 보니 역시, 멋지다. 역시, 라울 곤잘레스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