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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dancingufo 2006. 10. 27. 14:19

플로리안 헨켈-도너스마르크, <타인의 삶>. 2006 로카르노 영화제 관객상 수상.


나는 관객이고, 하여 관객의 눈을 믿는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관객상 수상작'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130분이 넘는 런닝 타임같은 건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재미있기만 해줘-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전날, 딱히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지 못해 아쉬웠던 나는 길어도 좋으니 그냥 재미있기만 해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믿음이 버려지지 않고 보답받을 때는 언제나 기쁘다. 이 영화는 내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하여, 130분의 시간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는 사이에 흘러가 버렸다. 나는 오랜만에 세상의 시간이 정지된 것을 느꼈고, 그 정지된 시간 속에선 온전하게 영화 안에 있을 수 있었다.

휴머니즘이라는 것은 진부한 주제지만, 이제 이 세상 위에 진부하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중요한 것은 남들이 다 하고 또 할 수 있는 얘기를 어떤 식으로 다르게 할 것인가- 하는 것. 어떤 식으로 하여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가- 하는 것. 그래서 이야기꾼의 재능이란 중요하고도 소중한 것이다.

<타인의 삶>은 기교나 기법, 개성이나 독특함이 아닌 이야기 자체로 승부를 걸었고, 그리고 훌륭하게 성공한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리는 듯 하지만, 관객들의 사랑을 차지하는 데는 그것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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