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10월 24일, 과천에서- (2)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10월 24일, 과천에서- (2)

dancingufo 2006. 10. 30. 01:37

그래서 저는, 열심히 걸어서 말들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먼저 본 것은 이 얼룩말이었는데, 아 말들의 눈은 정말... 너무나 예뻐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면서 칭찬해주기. 너는 참 예쁜 눈을 가졌구나.

너무 순하게 눈을 내리깔고 있어 좀 더 제대로 저 눈을 찍어주지 못한 게 아쉬워요. 사실 지난 번 보았던 일런드의 눈에 비하면, 이 얼룩말의 눈은 감격스러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요.


네, 맞아요. 바로 이 녀석. 제가 지난 봄에 이곳에 왔다가 보고서 한 눈에 반해버린 일런드랍니다. 지난 번엔 이 녀석이 끝쪽으로 나와 있어 자세히 한참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이번엔 저 멀리 서서는 꼼짝도 하지 않아 저를 애태우더라구요.

하지만 멀리서 보아도 서있는 자태가 너무나 우아하여- 아아, 여전히 참 예쁘고도 곱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잠깐 보고 서있다가 사람들이 어서 가자고 재촉하여 일런드와 그만 안녕.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그 때 다시 보자고. 요정같은 일런드.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코끼를 봤습니다. 우와- 진짜 컸어요! 그런데 어쩐지 좀 둔해보여서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아요.


게다가, 음음음- 피부가 정말 나쁘지요? 피부라기보다는 그냥 거죽이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결정. 다음 세상에 동물로 태어나도 절대로 코끼리로 태어나진 않겠어요. 


이것은 세번째 도촬이자 마지막 도촬.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답니다! 개나리처럼 노란 옷을 입었어요. 너무 예뻐요. 그래서 도촬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_ㅜ


아이들처럼 노랗고 푸른 은행잎.


이것은 금중이가 웬일로 흔들림 보정을 제대로 안 해준 사진이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작품입니다. 파란 하늘로 후두두둑 떨어질 것 같은 은행잎이에요.


그리고 저는 정말로 원치 않았는데, 내려오는 길에 있단 이유만으로 파충류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뱀들을 몇 장 찍다가 니네는 안 이쁘니까 더 안 찍겠어! 라고 하고 사진찍기를 그만뒀죠.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놈이 있어 이렇게 한 장. 노란 뱀이에요. 이걸 보니까 노란색은 역시 나쁜 색같아요-_-


이 녀석은 파충류사를 지나쳐 밖으로 나오다가 만난 녀석이에요. 제가 원숭이 우리 앞에 잠시 서있었는데 처음엔 제 주위에 원숭이 한 마리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녀석이 나를 보고는 후다닥 제 위쪽으로 날듯이 기어오더니 그 자리에 붙어서는 한참이나 절 내려다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또 계속 위로 쳐다보고 있었죠. 제가 보고 있는 동안엔 꼼짝도 않고 역시 저를 내려다보고 있기에, 나중엔 손을 흔들어주고 왔어요. 예쁘지도 않은 녀석이 말이죠. 정들게 왜 쳐다본대요.


이 원숭이는 정말로 사람같이 생겨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 정말로 사람같이 생겼죠?


그리고 이것은 악어같은데, 도저히 살아있는 생물같지 않아서 신기했어요.


이것봐요. 정말 살아있다고는 안 느껴지지 않아요? (그런데 이 악어, 치아가 정말 고르지 못해요. 얘도 치아교정같은 걸 하면 미모가 한층 나아지려나.)


어인 일인지, 초점은 새에게가 아니라 철창에. 하여, 붉은새의 미모를 맘껏 뽐내지 못한 사진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다같이 미술관에 갔어요. 미술관은 대학교 3학년 때인가. 수업이 너무 듣기 싫어서 그 날 수업을 다 째버리고 혼자 과천으로 놀러갔다가 구경했던 기억이 마지막이에요. 그래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들어서서 저 모형을 보자 번뜩 생각이 났어요. 그렇죠. 미술관은 이렇게, 잔디 위에 아무거나 세워놓고 작품이라고 우기는 곳이었어요.


돌로 만들어진 벤치 아래서 보았죠. 제비 한 마리.


음음- 사람일까요? 모르지만 일단 보기는 좋은 편.


이것도 뭔지는 모르지만, 한 컷.


그리고 역시 무엇인지 모르지만, 귀여워요^-^


모형 앞에 서서 포즈를 잡은 저 사람은 우리 실장이에요. 사람이 좋긴 한데 요즘 농담의 수위가 조금 높아져서 화를 한 번 내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_-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각자 흩어져 구경을 했는데, 오윤의 '낮도깨비 신명마당'이란 전시가 꽤 재밌더라구요. 한참 들여다보며 걷다보니 사람들과 속도가 맞지 않아, 나중에 보니 결국 다들 저를 기다리느라 까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더군요.

오후 4시쯤 못되었을 때, 결국 사람들이 모두 기진맥진하여 실장이 약속했던 대로 오리고기를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역시 차타는 데까지 걸어가잔 무리도 있었으나, 사실상의 실세인 과장님이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위를 보니 제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위를 보며 한 컷.


다시 미술관 버스가 내려준 정류장에서. 젊은 작가들 특별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어서 한 컷 찍어봤어요. 골 몇 개 넣어주는 대신 요즘 엄청나게 제 속을 썩히는 우리 선수님과 이름이 같으시군요. 흠흠-


그리고 오리고기를 먹고, 주는 족족 술을 받아먹고는 낮부터 취해버렸습니다-_-

알딸딸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니, 실장이 태워다주겠다 해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날이 좀 더워져서 지붕을 열고 달렸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열린 지붕 틈으로 보이는 하늘에 그 사이 구름이 늘었네요. 정오무렵만 해도 가을 하늘은 새파랗기 그지없어 색종이 잘라놓은 것 같았는데 말이에요.


그렇죠? 정말로 색종이같은 하늘.



오랜만의 나들이는,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일행이 누구인가 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햇볕아래 걷고 있으니 참 좋더라구요. 함께 다니면서 수고한 금중이에게 감사. 그리고, 구두나 부츠였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거리를 굳건하게 버티게 만들어주었던,


청바지와 운동화에게도 감사.



하지만 또 한 번, 이 날 다시 깨달았어요. 저는 역시 바지보단 치마가 편해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