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11월 7일, 첫눈 내리는 날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1월 7일, 첫눈 내리는 날

dancingufo 2006. 11. 7. 09:53


01.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어. 그런데 왜 우울한 거야? 대답을 할 수 없었어. 나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거든. 아니 실은 설명할 수 없었던 것 뿐이야. 말을 하면 사실이 될까봐 겁이 났을 뿐이야.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싫었고, 나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것도 싫었어. 하지만 나도 어쩔 줄을 몰라서 결국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

언니. 낮은 목소리로 부르면, 목소리가 왜 그래? 라고 되묻는- 처음부터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 그래서 싱긋, 나는 웃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말했어. 왜 그러는지 이해는 하는데 그러면 내가 자꾸 힘들어요. 그러자 잠깐 말을 끊은 언니가,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어. 너 많이 힘들겠다. 그래도 괜찮아. 이런 거 다, 좋은 추억이 될 거야. 



그렇겠죠? 좋은 추억이 되겠죠?
그럼. 그리고 넌, 아니다 싶으면 또 금방 끊고 일어설 수 있는 애니까. 네 자신을 믿어.



그렇죠. 내 자신을 믿어야겠죠.
그럼.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전부 다 그냥 좋은 추억이 될 거야.



믿지 못하는 내게, 자신의 믿음을 실어서 또박또박 말을 해주는 사람. 문득 웃음이 났어. 이 좋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거야. 이런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좀 더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고.


02.

서울엔 첫눈이 내리네요.
와- 정말요? 여긴 아직 비예요.

라는 말에, 올해의 첫눈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게 되어 조금 기뻐, 라고 생각. 그러다 문득 내 어디에 이런 수줍은 마음이 숨어있었던 건가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지. 그래도 조곤조곤 이야기해오는 빨리 자라는 말에 순순히 그러기로 한다. 잘 자요. 네, 잘 자요.


03.

어두운 밤길. 비가 내리는 도로.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여자 DJ의 웃음소리. 톨게이트 앞에선 통행료를 내느라 잠깐 멈추어섰지. 그래. 외로워하지 말자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데도 외롭다면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 그럴 리가 없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나는 그냥, 여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이건 다 내가 시작한 일이니까. 전부 다 내가 원했던 일이니까.


04.

힘이 들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어진 거야,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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