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11월 26일, 산책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1월 26일, 산책

dancingufo 2006. 11. 27. 00:47

산책을 나갔다가 서점이 보여 발길을 그쪽으로 돌렸다 왔다. 동네에 그런 서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큰 서점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문학상을 받았다는 책들만 모아둔 곳이 있어, 잠시 서서 보니 오르한 파묵의 책들이 놓여져 있었다. 터키, 그리고 빨강. 내가 오르한 파묵의 책을 집어들었던 계기가 되었던 두 단어. 나는 선 채로 잠깐 <내 이름은 빨강>을 내려다보다가 내가 이 책을 1권은 빌려서 읽고 2권은 사서 읽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리고 두 권으로 된 책 중 한 권만 지니고 있다니 어쩐지 개운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 책을 주문할 땐 이 책의 1권도 함께 주문하자고 다짐했다.

그런 후, 일없이 서점의 곳곳을 걸어다녔는데 그러다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이 적은 곳이었고, 또한 흘러나오는 노래도 조용하고 부드러워 나는 수영을 하듯 느리고 우아하게 걸었다. 우아하게, 와 같은 단어는 사람들이 자신을 묘사할 땐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지만 그래도 나는 분명히 그렇게 걸었다. 수영을 하듯, 느리고 우아하게.  

그런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달라이 라마의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휘리릭 넘기다가 그 속에서 무표정하게 서있는 소녀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 얼굴을 좀 더 제대로 보기 위해 판판히 책을 펴자, 까맣고 짙은 눈을 가진 예쁜 소녀가 서있었다. 나는 어쩐지 마음이 싸해져 그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소녀나 소년의 얼굴은 어째서 사람의 마음 안에서 이러한 집착을 이끌어내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늘 그런 얼굴에 마음이 싸해진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어린 얼굴. 그런 어린 눈. 그런 어린, 웃음이나 눈물같은 것에 말이다.

산책 시간이 계획보다 길어져 이러다가는 할 일을 제때 못하겠단 생각이 들어 그만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 유자차와 모과차를 사고, 두 병의 차는 생각보다 꽤 무겁구나 생각을 하며 총총총 걸음을 빨리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산책을 나간 이후로 한 시간 사십분이 지나 있었고, 하여 나는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산책은 꽤 괜찮은 저녁을 보냈다는 기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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