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12월 15일, 알고 있어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2월 15일, 알고 있어

dancingufo 2006. 12. 15. 18:34


01.

초등 교과서가 심사에 통과했다고 한다. 교과서는 웬만해선 심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두 번이나 떨어져서 돌아오는 바람에 사무실을 말 그대로 비상 체제로 돌입하게 만들었던 교과서이다. 이미 두 번이나 불합격 당한 후에야 내 손에 들어온 이 교과서는 몇 날 며칠 나를 잠 못들게 하고 화나게 하고 답답하게 한 후에야 심사에 붙었다. 말썽 피우던 딸 시집 보내면 이런 기분이 들까. 나는 교과서의 합격 소식을 듣고는, 잠깐 웃었다. 시원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던 것이다. 사무실에 들어온 지 석달 반째. 처음으로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02.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달콤한 꿈을 꾸면, 깨고 나서 울어야 한다. 그래서 울지 않기 위해 꿈도 꾸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그 다짐을 잊은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이 변한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꿈꾸지 않을 자신조차도 잃은 것뿐이다. 이제는 이렇게 꿈을 꾸는 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03.

"민숙아, 나 불렀어?"
"응."
"왜?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보고 싶다고."
"알고 있어."

그렇구나. 너는, 알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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