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7년 4월 5일, 어쩐지 울적해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7.01 ~ 2007.12

2007년 4월 5일, 어쩐지 울적해

dancingufo 2007. 4. 5. 04:09


새벽 3시 39분.

바람이 분다. 기억 속에서 소로록, 아이들이 소리를 내 웃는다.

안녕?
안녕.




사람을 좋아하는 건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꼬박 6년이 지나는 동안 다른 사람을 안 만난 건 꼭 누군가를 못 잊어서는 아니었다. 꽤 오래 못 잊어한 건 사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담담해졌고. 슬프지 않았고. 괜찮아졌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안 만난 건 그냥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딱히 좋다 싶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 까다롭게 굴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냥 살다보니- 딱히 좋은 사람이 없어서- 가끔은 애인이 필요했지만 없어서 못살 것 같은 느낌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그냥 그렇게, 지나다보니 6년이 지났던 것뿐.

그러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사람이 좋아졌을 때, 나는 생각했다. 판에 박힌 이야기대로, 남들 다 말하는 대로, 나 역시 이 사람이 처음 볼 때부터 좋았다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난 이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밖에 되지 않은 건 분명히 쓸쓸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앞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 같은 걸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을 좋아한 것도 후회하지 않고. 그 사람을 내 애인으로 만들지 못한 것도 후회하지 않고. 그 사람을 지금은 좋아하지 않게 된 것도 후회하지 않고.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었다고.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아주 드물게, 내 세계에 들여놓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역시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좋아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한 사람이니까,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이해를 시킨다든가, 이해를 받는다든가 하는 문제를 막닥뜨리면 나는 무기력해진다.
 
사람들은 이해한다고 말하고,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라는 것이, 하필이면 나에게 붙어 있다는 것이, 나의 잘못인 걸까. 나의 실수인 걸까.

나는 얼만큼의 사람들이 나를 한심하게 여기거나,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고 해도, 타의에 의해 나의 습성을 버리거나 바꿀 생각이 없다. 하여 나란 사람이,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때로는 답답하고 쓸쓸한 거니까.

그러니까 이해를 시킨다든가, 이해를 받는다든가 하는 문제를 막닥뜨리면 무기력해진다. 이해해요- 라고 그는 말했지만, 사실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언제까지고 이해해주지 않으리란 것 역시 알고 있는 거니까.



바람이 분다. 경기장 안은 춥다. 겨울옷을 챙겨 입었는데도 한기가 돈다.

경기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경기가 시작한 후. 서둘러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아는 얼굴을 마주친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단번에 찾아지는 아는 얼굴.

어떻게 들어오자마자 보네요? 마주치면 주려고 샀던, 유자차를 건넨다. 아직까지 뜨거운 기운이 남아있을 만큼 따뜻한 유자차다. 받아들면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웃음. 안 추워요? 추워요. 이거 좀 벗어주세요. 그러자 다시 웃음.

나는 늘 춥다. 그런데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나는 튼튼하다. 하지만,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차창 밖으로, 벗꽃 나무가 보였다. 몰랐는데 어느 새, 벗꽃이 폈다. 내가 아무리 추위를 못 이겨 겨울옷을 꺼내 입어도, 봄꽃은 핀다. 식물의 세상에는, 완연한 봄이 왔다.



괜찮겠지? 응, 어쩐지 좀 울적하지만,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딴 놈이 한번만 더 내 세계에 들어오려고 하면, 발로 차버릴 것이다. 돌멩이를 던져서 쫓아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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