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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12] 대전 vs 중앙대, Last scean. 본문

품행제로/07season

[070612] 대전 vs 중앙대, Last scean.

dancingufo 2007. 6. 30. 09:13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2-0으로 이겼다지만, 경기의 내용은 한참 맥빠지는 것이었다. 대체 쟤들은 보름 동안 뭘했길래, 고작 이런 경기를 보여주는 걸까- 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피치로 내려가며, 감독님께 여쭤볼 생각이었다. 승리하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고. 감독님은 경기를 어떻게 보셨느냐고.

평소의 우리 감독님은, 선수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인터뷰도 하지 않는 분이셨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이라도 선수들이 들어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어깨를 토닥여 주느라 잠깐 기자들을 기다리게 하는 분이셨다. 다른 기자들이야 그런 기다림이 성가셨을지 모르나, 나는 그런 감독님을 바라보는 동안 항상 흐뭇했다. 아, 우리 감독님은 아들들을 너무 사랑해. 라고 생각했고, 역시 딸들은 아들 만큼 사랑받을 수 없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날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감독님께선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그렇게 애닳아하는 아들들이 서포터에게 인사를 한 후 잔디 위를 걸어오는 중이었다. 갑자기 안으로 걸음을 옮기시는 감독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놀란 마음에 '감독님!'이라고 불렀지만 감독님께서는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마지막 경기를 봐드리지 못했다. 박수쳐 드리지 못했고, 고맙다고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FA컵 26강전 경기. 대학팀을 상대로 지지부진한 승리를 챙긴 경기. 서포터 석에 감독, 코치 모두 퇴진하라는 걸개가 걸린 경기. 그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내가 감독님과 함께한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서럽다. 그것이 내가 이 분을 퍼플 아레나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는 사실이. 앞으로 또 언제든 나는 이 분을 다른 곳에서는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대전의 감독인 이 분과는 마주할 수 없을 것. 그리하여 그 장면은 한참동안 나에게, 서러운 라스트 신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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