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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오프 사이드.

dancingufo 2007. 8. 6. 02:07


넘으면 안 된다고 정해진 구역이 있다. 그 구역으로 들어서면 반칙을 행한 것이 된다. 사람들은 그 규칙을 믿고 따르며, 그 규칙을 깨지 않기 위해 정해진 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어느 곳에나 그 구역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규칙을 깨는 이들이 존재하며 그래서 그들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는 한다.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테헤란의 소녀들. 이 이야기의 중심은 바로 그녀들이다. 이란에서 축구장이라는 것은 금녀의 구역이다. 하지만 달리는 쟌디를 보고 싶은 것은, 카리미와 함께 호흡하고 싶은 것은, 조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희망일 수가 없다. 소녀들은 어느 순간 축구장 안으로 들어가길 희망하게 되었고, 그래서 반칙을 행하게 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희망을 향해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여자가 축구를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하거나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남자들도 이제는 축구장의 스탠드에서 제 옆에 선 여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자가 축구를 '본다'고는 말하지만, 여자들이 축구에 대해서 '안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안 여자니까, 라거나 여자기 때문에, 라는 말을 얼마쯤 들었던가. 때로는 여자임이 드러나지 않게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느낄 만큼. 그럴 때도 그들이 내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들을까, 라고 궁금해질 만큼. 나는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여성'을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수십번씩 깨달아야 했다. 축구는 처음부터 특정한 성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멍청한 남성들로부터 말이다.

오프사이드 룰은 완화되고 있다. 이란의 여성들에게도 언젠가는 축구장 출입이 허락될지도 모른다. 10년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세상에 10년 전에는 여자들이 축구장에 가지 못했대! 라고 얘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나라에서도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더 이상은 '여자니까.'라는 말을 듣지 않고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그 10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그리 될 거라 희망을 품어야 하는, 엄격한 오프사이드 규칙에 묶여 있다. 발빠른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저만치 달려가 있지만, 노란 깃발을 손에 든 심판은 어김없이 그 아이를 붙잡아다 반칙을 선언하는 것이다.

나는 그 규칙을 바꿔줄 힘이 없다. 그래서 그저 실망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어깨를 다독이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자자- 힘을 내자!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결국에는 다같이 '이란 만세'를 외치며 폭죽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처럼, 오프사이드 틀을 깨고 전진할 희망도 남아있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달리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이렇게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나도. 그 나라에서 그렇게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그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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