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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본문

나쁜 교육

화려한 휴가.

dancingufo 2007. 8. 6. 01:43


울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눈물이 쏟아져서 나는 내가 싫었다. 그저 울거나 슬퍼하는 것으로 지나간 그 시간들을 대하기는 싫었던 탓이다. 나는 5.18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떻게 잊혔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신파 드라마를 접할 때처럼 펑펑 눈물이나 흘리면서 그 사건을 만나는 것이 어쩐지 죄스러웠다.

하지만, 울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울었던 것은 [화려한 휴가]가 슬펐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5.18이라는, 지금의 나는 아무리 듣고 보아도 쉬이 믿기 힘든 그 사건의 잔인함 때문에 울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5.18에 대해 모른다.'라고만 말하며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울음은 반성과 각성과 새로운 태도를 가져온 것이다.

[화려한 휴가]는 사실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안에 로맨스를, 형제애를, 그로 인한 더한 감동을 끌어 넣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오히려 감정을 뚝뚝 끊어놓기만 했다. [화려한 휴가]가 5.18을 다루는  태도는 불치병이나 불륜을 다루는 신파 드라마들의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영화 때문에 5.18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화려한 휴가]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싶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때때로 영화는 영화 이상의 것을 해내곤 하니까 말이다.

조금 더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면, 조금 더 진지한 접근과 인식을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그 때 그 사람들, 그 때 그 사건들이 잊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영화적 완성도와 무관하게라도) 이런 영화들이 꾸준히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 이는 모두 다 환하게 웃고 있는데, 살아남은 이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살아남은 이는 살아남은 자로서의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다. 그 정도의 고통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살아남은 것의 대가인 이유다. 그런데도 우리는, 30년도 흐르지 않은 가까운 과거의 일에 대해서 어쩌면 이토록 무지하고 무관심한 채로 살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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