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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랑스러운 친구들. Friends!

dancingufo 2007. 9. 7. 02:30


레이첼. 레이첼. 레이첼은 예쁘다. 가느다란 목과, 딱 보기 좋은 팔다리. 둥그스름한 가슴과, 부드러운 어깨. 레이첼은 아주, 아주아주 예쁘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레이첼이 좋았다.

그런 레이첼을 로스가 사랑한다. 로스. 로스. 로스는 나의 이상형에 가깝다. 나는 자주 친구들을 지겹게 만드는 로스의 그 진지함이 너무 사랑스러워, 한동안 로스를 보기 위해 프렌즈를 보았다. 비록 이야기가 거듭되는 동안 나는 로스보다도 다른 인물들을 더 사랑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로스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그런 로스의 베스트 프렌드. 챈들러. 나는 챈들러를 보면 안쓰럽다. 나였다해도 그와 결혼하고 싶었을 만큼, 나는 챈들러가 마음에 들었고 또한 챈들러가 안쓰러웠다. 챈들러는 로스와 함께 프렌즈에서 가장 성실함을 자랑하는 캐릭터이지만 사실 그에게는 얼마나 많은 결핍이 있던가. 그 결핍을 모두 다 이겨낸 것은 챈들러의 강함 아니었던가. 약하지만 너무나도 강한, 그런 챈들러가 참 좋다.

그런 챈들러가 사랑하는 것이 모니카이다. 사실 난 레이첼을 아주아주 어여뻐했지만, 모니카의 캐릭터에 가장 감정 이입을 많이 했다. 제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니카. '청결'에 관한한 엄청난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숨길 줄 모르는 모니카. 모니카는 당당하고 또 당당하다. 그런 모니카는 때때로 친구들에게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는 하지만, 그래도 챈들러는 말한다. "그녀는 언제나 옳아요." 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의 말이 있던가. "그녀는 언제나 옳아요."라니!

그리고 피비. 누구의 무엇도 아닌 피비. 무엇에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피비. 그렇지만 피비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무엇이 된다. 피비는 아주 훌륭한 인물이며, 사실 피비야말로 대부분 옳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조이. 조이. 아아, 조이. 우리들의 조이.

난 처음에 조이를 여러 캐릭터 속에서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했고, 그가 어째서 이 드라마를 통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로스를, 그리고 챈들러를 차례대로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는 나중엔 아마 조이가 멋있어질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보고서도 '조이? 조이가 왜 멋지다는 거지?'라고 되묻곤 했다. 정말로 조이는 레이첼이나 모니카에 비하면, 로스나 챈들러에 비하면, 나에겐 너무 매력없는 캐릭터였다.

그랬는데, 나는 그랬는데 어느 순간 문득 조이를 어느 순간 사랑하게 되었다. 아마도 조이가 레이첼을 사랑하게 된 순간. 사랑하지만 물러서려고 했던 순간. 레이첼을 아끼는 조이의 마음이나 챈드러를 아끼는 조이의 마음. 그런 마음을 보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조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바보같고, 실수도 많이 하고, 툭하면 챈들러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바보처럼 친구를 아끼고, 실수를 만회하려 노력하고, 챈들러에게 빚진 만큼 또 갚고자 하는 사랑스러운 조이. 아아, 조이. 나의 조이. 우리들의 조이.

철부지 아가씨였던 레이첼의 성장. 결국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던 챈들러. 두 사람의 성장은 나를 아주 흐뭇하게 만들었고, 사실 뒤돌아보면 내가 프렌즈에서 가장 좋아했던 인물들 역시 이 두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조이가 챈들러보다 덜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없고, 모니카가 레이첼만 못하다고 말할 수도 없으며, 로스가 나의 이상형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피비가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라는 말을 숨길 수도 없으니- 정말로 주인공 여섯명 모두가 이토록 한결같이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다.

10년. 10년의 시간 동안 그들은 이 드라마와 함께 했다고 하니, 아마도 이 드라마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아주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나도, 10시즌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들에게 안녕을 고하면서 아주 절친했던 친구와 헤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너무 예쁜 레이첼.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모니카. 최고의 캐릭터 피비. 훌륭한 로스. 안아주고 싶은 챈들러. 그리고 사랑스러운 조이. 또 다시 다른 곳에서 만난다면 그 때 또 아주 반가워하며 인사할 수 있기를. 그럼에도 프렌즈에서 만큼 사랑하긴 힘들 테니, 언젠가는 다시 또 프렌즈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안녕, 사랑스러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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