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리, 텍사스 본문

나쁜 교육

파리, 텍사스

dancingufo 2007. 9. 10. 07:08


외롭다- 라고 중얼거렸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외롭다- 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이 나의 외로움이었는지, 트래비스의 외로움이었는지, 아니면 헌터나 앤의 외로움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너무나 외로워졌고 그래서 무릎을 가슴으로 모아 끌어앉으며 찔끔- 눈물을 흘렸다. 파리, 텍사스는 그렇게 내게 아주 짧은 한 순간 코끝이 찡하는 눈물 같은 영화로 남았다.

빔 벤더스. 그가 어떤 감독인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인지 알고 싶다면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면 된다. 그것은 내가 처음 마주쳤던 그의 영화였고, 그것은 내가 처음 사랑한 그의 영화였고, 이후로 나는 빔 벤더스라는 이름을 사랑스러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리, 텍사스' 외롭고 황량한 파리, 텍사스. 사람이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야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겨우 나란히 서서 걷게 되어도 눈 앞에는 끝도 없는 긴 길이 놓여 있고, 어려웠던 화해 끝에 남는 것은 또 한 번의 이별 뿐인 그런 영화. 나는 이런 영화를 사랑하는 감성이, 외로움이, 눈물이 내게 없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결국은 다시 또 울고 싶어졌다. 세상의 이 많은 슬픔들을 어떻게 다 받아내야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