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7년 12월 1일, 마드리드의 커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7.01 ~ 2007.12

2007년 12월 1일, 마드리드의 커피

dancingufo 2007. 12. 1. 17:12


01.

이틀 연속, 같은 꿈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하긴 밤을 새면서 밤을 새는 줄도 몰랐으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이다. 어쨌건, 나와 별반 상관없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동시에 스트레스까지 받는다는 건 참 한심한 일이다.


02.

내가 화가 난 것은, 그 말투가 너무 예의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편해질 수밖에 없고 나 또한 그런 이유 때문에 실수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노선이라고 생각되는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 그렇지도 못할 거라면, 대체 그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기본적인 애정만 존재해도 반드시 지켜야 할 예의같은 것은 지키게 되어있는 것 아니던가.


03.

인간은 역시 멍청해, 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인간에게든 존경심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동시에 한다. 그래서 나는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은 것뿐이야, 라고 말했더니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면 존경할 수 있겠는데? 라고 물어서-

음, 체 게바라?

라고 대답을 하고 보니, 그래 체 게바라였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04.

아침 일찍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깨 밖으로 나가보니 소포가 도착해 있다. 무엇인가 싶어 받아들고 열어보니, 흠흠흠. 세상에나 이것은.

그러니까 요즘은 내가 졌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에 관해서만은 자신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자신도 못하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졌다. 그래서 그냥, 웃어버린다.


05.

겨울이면 겨울 냄새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그 시절에 관한 생각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더 이상 그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다행이란 생각을 하고, 그래서 조금 씁쓸하고, 그래서 조금 내가 어른이 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06.

이렇게 앉아 있자니 마드리드에서 마셨던 커피. 그 커피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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