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7년 12월 19일, 씁쓸한 날.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7.01 ~ 2007.12

2007년 12월 19일, 씁쓸한 날.

dancingufo 2007. 12. 20. 03:00


내가 정동영을 선택한 건, 단순히 사표를 막자는 마음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졌을 때, 나는 그 권리를 가지고 처음으로 나의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가 기대한 만큼 훌륭한 대통령이 되지 못했던 것은 아쉽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나는 대통령을 향했던 내 믿음을 후회하지 않고, 사실 아직도 그를 믿고 있다. 그리고 아마 그 믿음이 5년 전에 속았으니 또 한 번 속아주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의 사람들을 믿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정동영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선택한 대통령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어 나는 내가 가장 가지기 싫었던 대통령을 가지게 되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내 삶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기실, 서민들의 삶은 어느 대통령 아래서든 비슷하게 힘들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는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춘 대통령을 가지고 싶었다. 최소한의 도덕과 최소한의 우아함을 갖춘 대통령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선택이 그라면 어쩔 수가 없다. 받아들이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한나라당에게 그토록 당하고 살아왔으면서 아직도 지연에 발목이 잡혀 이명박에게 한 표를 던지는 내 고향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금 마음이 아프다. 또한, 이번엔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지만. 누구보다 힘들게 살아온 그분들이,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지 않는 것도 참 마음 아프고. 그렇지만 그분들에게, 당신들의 선택이 틀렸다- 라고 말하기엔 나의 정치적 지식이 참 부끄러워서, 그래서, 오늘은 조금 씁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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