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Once. 본문

나쁜 교육

Once.

dancingufo 2008. 7. 7. 00:23



남자와 소녀가 우연히 만났다. 그들은 둘 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소질이 있으며, 그래서 서로를 알아본다. 두 사람 모두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때문에 외로우며, 그런 그들의 상처나 외로움은 음악에 묻어난다. 남자도 소녀도 서로에게 끌리는 것 같지만, 많은 말로 서로의 재능을 찬양하거나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서로를 잠깐 마주보고, 함께 연주하며, 앞으로 서로가 행복하길 빌어줄 뿐이다.

그런 그들의 음악에 시종일관 초점을 맞추는 이 영화는 음악 영화답게 아주 멋진 OST를 들려준다. <Once>의 음악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무척 닮았다. 물론 나는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더블린이라는 도시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그 도시의 풍경과 영화가 들려주는 그 음악이 절묘하게 닮아서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꼭 그 음악과 같은 느낌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와 소녀의 말도, 표정도, 눈빛도, 꼭 그 영화의 음악처럼 적당히 허전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따뜻해서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내 마음도 허전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따뜻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영화를 만든 존 카니 감독과 남자 주인공인 글렌 핸사드는 같은 밴드 소속이라고 한다(아이리쉬 밴드인 'The Frames'). 베이시스트였던 존 카니는 당시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독했을 뿐 아니라 2001년작인 <On the edge>에서는 사운드트랙을 직접 작곡, 연주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곡은 여주인공인 마르케타 잉글로바가 부른 'If you want me'이다. 존 카니 감독이 잉글로바를 알게 된 것은 체코 투어 때 핸사드가 그녀를 소개하면서였다고 하는데, 후에 핸사드와 잉글로바는 실제 연인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화에서 보았을 땐 나이차가 그렇게 많이 나 보이진 않았는데 두 사람의 실제 나이차는 18살이다. 핸사드가 70년생, 잉글로바가 88년생.)

 


이 노래가 바로 'If you want me'. 영화에서 소녀는 남자가 연주한 이 노래를 들으려는 순간 CD플레이어의 배터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배터리를 사기 위해 아이의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한밤중에 마트로 달려가고, 돌아오는 길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즉석에서 가사를 붙여 스스로 노래를 부른다. 그 때, 잉글로바의 노래를 들었던 그 때, 정말로 이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듣고 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들어도 여전히 너무 좋은 노래.

<Once>는 낭만적이지 않지만 낭만적이고, 슬프지 않지만 슬픈 영화다. 그리고 남자와 소녀는 오래 기억에 남고,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아름다우니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칭찬을 받은 이유도 너무나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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