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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dancingufo 2009. 6. 4. 01:50

솔직히, 난 이 책이 왜 좋은지 잘 모르겠다. 워낙 말 많고 소문 많은 책이니 어딘가 좋은 구석이 있겠지 싶은 마음 한 켠엔, 말 많고 소문 많은 책인 것 보니 그저 그런 정도겠구나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다. 살다보면 전자에 가까운 책을 만나는 경우 또한 많지만, 후자에 속하는 책을 만나는 경우 또한 드물지 않다. 그리고 이 책은 확실히 후자에 가까운 것으로, 솔직하게 난 이 책의 어디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을 영화화시킨 감독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감독이고, 그 감독이 말하길 '이 책을 읽고 나서 믿을 수 없도록 복잡한 미로에 매혹되었다. 반드시 내가 영화화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이 책을 좋게 보길 바랐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책 속엔 별로 복잡한 미로도 없고 미로란 게 있다 치더라도 그다지 매혹적이지도 않아서 조금 슬펐다. 그러니까 왜 슬펐냐면, 스티븐 달드리는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라니까.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같은 대상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 법이라니까.

하지만 그런 내 바람과는 달리, 내 취향의 영화 감독이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게 세상인 것이다. 편협하기 그지없는 나는 내 취향이 아닌 걸 좋아하는 사람을 종종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역시 같이 좋게 봐줄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린 듯하니 말이다.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서 나쁠 건 없지만, 또 어떤 독자들은 소문난 잔칫집엔 먹을 게 없다는 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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