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규항, 예수전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김규항, 예수전

dancingufo 2009. 6. 11. 21:01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그것은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믿는다. 다만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믿지 않을 뿐이다.

절대적인 신을 믿지 않는 동안에는 종교란 것을 가질 수 없다. 또한 나의 것이 옳은 만큼, 남의 것도 옳다고 믿는 마음에는 종교가 자리잡을 자리가 거의 없다.

나는, 종교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종교를 싫어한다. 그리고, 종교인들이 자신들이 믿는 신의 뜻과 다른 행동을 저지를 때 종교를 의심한다.

예수의 말씀은 훌륭한 것이다. 그는 가난하고 핍박받는 이들을 둘러보고 그들에게 애정을 기울였다. 남의 것을 탐내거나 제 욕심만 채우려 드는 이를 경계했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믿음을 칭찬했다. 예수의 말씀은 대체로 옳다. 하지만 나는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말씀대로 산다고는 믿지 않는다.

나는 예수를 찾아, 자신의 번영과 행복을 비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신앙심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나는, 성경 한 번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으면서 예수의 말씀 운운하는 이들의 신앙심도 믿지 않는다. 하나님의 나라는 가난한 이들의 나라라고 하였건만, 언제나 부자의 편에 서있으며 저 자신들도 늘 부자였던 교회 또한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이 있다면 예수가 훌륭한 생각을 지닌 인물이었을 거라는 것과, 교회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예수의 말씀과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이 하나님의 나라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김규항의 <예수전>은 딱 이만큼의 자리에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 수 있어서 기뻤고, 교회를 다니지 않거나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나에겐 예수를 좋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예전보다 더 많이 예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역시, 김규항에게 조금 고마워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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