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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닉 혼비, 런던 스타일 책 읽기

dancingufo 2009. 6. 13. 02:32

어쩐지, 두 번째 리뷰라는 기분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이것이 첫 번째다.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매우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계속 이야기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닉 혼비의 책은 쉬이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왜? 닉 혼비가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아니, 그냥 닉 혼비는 (내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라도) '나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이 책은 미국 잡지 "believer"에 닉 혼비가 실었던 칼럼을 모아서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찾아보니 그 칼럼의 제목은 '요즘 내가 읽는 것들'이다. 누가 무엇을 읽었는가,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 없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을 어떻게 읽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사실 그렇다기보다도, 그냥 닉 혼비의 책을 읽으면 재밌기 때문에가 이유에 더 가깝긴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번에 역시 내 선택은 옳은 쪽에 굉장히 가까웠다. 딱히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엔, 이만큼 좋은 징조도 드물 것이다.

읽으면서 킬킬킬거리고 싶을 만큼 동감의 기분을 느낀 내용도 많고,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으나 나로서는 별로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자신의 독서 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닉 혼비가 거론한 책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 특별히 마음이 끌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절반 넘는 책들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아서 참 많이 아쉬웠다. (특히, <조지와 샘>! 그리고 <시티즌 번스>! 이래서 영어가 중요한 것이었나. 흠흠.)

닉 혼비는, 어떤 달은 누가 추천해준 책만 읽고 또 어떤 달은 특정 작가의 책만 읽는 등의 행동을 하는데 이것은 나 역시 가끔 것이다. 물론 난 닉 혼비처럼 그렇게 해야지, 라고 마음 먹진 않는다. 그저 읽아보면 그리 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도 다음으로는 이 책을 통해 읽게 된 책들을 쭈욱- 읽어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데이비드 코퍼필드>라든가,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라든가, <길리아드> 같은 것.

그런데 지금 난 닉 혼비의 추천 목록이 아니라 유시민의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이고, 이 책들이 매우 재미있어서 도저히 닉 혼비의 목록들로 넘어갈 수가 없다. 일단 읽고 싶은 책들을 좀 읽은 후에, 저 책들을 구입하도록 해야지. (닉 혼비의 책>유시민의 책, 일 수는 있겠지만 닉 혼비가 추천한 책>유시민의 책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닉 혼비는 구입한 후, 읽지 않고 쌓아만 둔 책이 매우 많은데도 계속해서 책을 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여러번 투정을 하거나 비아냥거린다. 그러다 가브리엘 자이드의 <너무나 많은 책들>을 읽은 후, ‘진정한 교양인이란, 읽지 않은 수천 권의 책을 소유하면서 태연자약하게 더 많은 책을 원할 수 있는 이들이다’란 부분을 인용하면서, “그게 나다! 그리고 아마 여러분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책을 사면 사는 대로 바로 바로 읽어버리는 편이고, 보통은 그 책들을 거의 다 읽은 후에 새 책들을 구입한다. 그러니까 '닉 혼비 추천 목록'은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정도에 그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닉 혼비가 뭐라고 말했는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을 때쯤 그 책들을 읽고, 그리고 내 느낌과 닉 혼비의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이왕이면 우리가 비슷한 정도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 되면 한 번쯤은 더, (어쩌면 두어 번쯤 더) 이 책을 들춰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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