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7월 22일, 여름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7월 22일, 여름

dancingufo 2009. 7. 22. 13:15

여름. 그리고 해가 저무는 시간. 혼자 앉은 나의 곁으로, 바람이 분다. 이것은 마냥 부드럽기만 한 작은 바람이 아니라, 큰 나무의 나뭇잎들이 다 같이 소리를 내면서 흔들릴 만큼의 큰 바람이다. 나무 지붕 아래서 책을 읽다가 바람 소리에 눈을 들어 세상을 본다. 잠자리가 많다.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도 있고 해바라기도 있다.


마음을 먹는다면야 먹고 사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울까, 생각한다. 나는 젊고 나 하나쯤 먹여 살릴 힘 정도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는 일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먹고 사는 일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는 안 되겠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것으로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처음부터 마음은 한사코 한 방향만 보았다. 이미 그 길로 들어선 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달리 살아보자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나를 무너뜨리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발을 담그니 바닷물이 따뜻하다. 한낮 내내 내리쬐던 햇볕이 그대로 바다 속에 잠겼다. 흐느적흐느적 바다 속을 걷다가 무리 속을 빠져나와 혼자 종종 걸음을 쳤다. 누군가 나에게 공으로 행복을 보장해주겠다 하면 나는 옳거니 하면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누군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 해도 그 하나만은 내 노력 없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저히 어쩔 수가 없다. 방법이 둘도 아니고 오로지 하나뿐이라면 이만큼 명쾌한 길이 또 어디 있으랴. 두려워하지 않고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욕심이 없다면, 두려움 또한 희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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