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8월 8일, 본문
01.
포스터를 보자마자 신청서를 쓰고 다음날 오후에 입금을 했다. 전체 강좌를 듣고 싶긴 했지만 평일 오후 7시는 내가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니 어떤 강좌도 수강해선 안 되는 게 맞는 일이건만, 앞뒤 생각도 안 해보고 마지막 강좌는 그냥 신청을 했다. 선착순 200명이라니, 그 안에 못 든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만약 들게 된다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접수가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그러니까 9월 마지막주 화요일, 나는 회사를 갈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여의도에서 좋아하는 사람의 강연을 들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고등학생 때 야간 자율 빼먹듯 회사도 빼먹는 내가 한심하지만. 어쩌겠는가. 보고 싶은 것은 보면서 살아야 한다. 보고 싶은 걸 못 보면서 사는 건 잘 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벌어 먹고 사는 것이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보고 싶은 걸 보면서 사는 건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까 난, 당당하게 하루를 쨀 계획이다.
02.
동생이, 조모컵이 어쩌고 저쩌고 하기에 지난주에 조모컵이 했던 건가 싶었는데 지난주가 아니라 오늘이었단다. K리그가 1-4로 졌는데 MVP는 이정수라기에, 아무리 골을 넣었다지만 네 골 먹고 진 경기에서 수비수가 뭘 잘했다고 MVP냐 했더니 J가 하는 말. 이정수는 J리그 대표예요. 음음, 그렇지 참. 그 사람은 지금 K리그에 없지. 요즘 축구판에 대한 내 상식이 이 정도다.
03.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을 듣고 있는데. 이 노래, 몇 년에 한 번쯤 나타나는, 천번씩 듣게 되는 그런 노래다.
04.
눈물. 그런데 나도 따라 울컥했다. 어째서 나란 인간은 거짓말을 해놓고도 타인의 눈물 앞에서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일까.
05.
정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믿을 수 없게도 여전히 내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래서 아주 오래전에 생각했던 것을 다시 생각했고 그리고 아주 많이 멀리 왔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단 한 번 마음만 먹는다면 그 거리를 단숨에 돌아서 달려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난 더 멀리 가야하는 것이다. 더 굳게 마음을 먹고 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서 가야하는 것이다. 원래 뒤를 돌아보면 안 되는 게 법칙이었다. 나에겐 생명의 물도 없어, 돌아보지 않고 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 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06.
여름의 밤이다. 사람들이 더워서 잠을 못 이루는 밤. 몸속에 가득 차있던 열기는 사라졌다. 나는 이제 더위를 모른다. 대신 자꾸 버리고 싶은 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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