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9월 12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9월 12일,

dancingufo 2009. 9. 13. 02:35

01.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읽고 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너무나 재미있다! 정말로, 아주아주 재미있다. 책이란 참 근사한 존재이다. 어떻게 해서 글자들을 모아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일까.


02.

문을 열고 나서니, 공기에서 초겨울 냄새가 났다. 덕분에 매우 기분이 좋아져서 피곤해 쓰러질 것 같은 몸을 하고서도 산책을 나가고 싶어졌다. 맨다리에 가을 바람이 와서 부딪히는 기분을 아는 사람, 손! 난 정말 이런 기분이 아주아주 좋다. 이런 기분을 느낄 때면 살아있는 게 참 좋고,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나 내가 하고 있는 이런 모습도 다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며칠 전까진 분명히 날이 서늘해졌다 해도 텁텁한 여름 냄새 밖에 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고작 이삼일 지나고 나니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일까. 아아, 가슴 설레는 냄새. 이런 냄새를 맡고 있자니 나는 또 춤추는 여자가 되고 싶어진다.


03.

난 좋아하는 게 정말로 많다. 신경숙. 닉 혼비. 도리스 레싱. 알랭 드 보통. 제인 오스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서태지. 장우혁. 윤계상. 김동완. 아카니시 진. 박재범. 제이슨 므라즈. 커피. 초콜렛. 회. 호두. 비스킷. 치즈 케이크. 김은중. 라울. 구티. 대전 시티즌.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이효리. 그리고 제시카? 그리고, 유시민. 그리고 노통. 스페인과 마드리드. 체 게바라. 무한도전. 유재석과 정형돈. 브래드 피트. 제니퍼 애니스톤. 버지니아 울프. 스티븐 달드리. 류승완. 바다를 보는 일. 공항에 가는 일. 잔디 냄새와 겨울이 시작되는 냄새. RED와 PINK. 나 스스로도 '내가 이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때로는 잊을 만큼 나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많다. 그러니 행복할 기회도 많고 웃을 기회도 많고, 때로는 그래서 화내야 하는 일도 많지만 이렇게 좋아할 게 많은 세상이니까, 사는 건 참 나름대로 괜찮은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응, 다행이지. 적어도 난 좋아하는 게 많아서 자포자기는 잘 못하거든.  


04.

그래서 오늘도 자포자기 하지 않고 힘을 내서 살고 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일기를 쓰는 것도 열심히. 요즘은 내가 좀 긍정적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예전엔 참 슬픈 게 많았는데, 이제야 난 사춘기를 벗어난 것일까? 아니라면 그저 좀 무뎌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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