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9월 15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9월 15일,

dancingufo 2009. 9. 16. 02:32

01.

다음주 월요일부터 9일간 휴가를 받았다. 두 달 전에 휴가를 다녀오고선 또 무슨 휴가인가 싶겠지만, 어쨌든 다시 휴가다. 이것은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동안 처음으로 받아본 제대로 된 긴 휴가. 사실 안 쉬게 해주면 죽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쉬라고 했으니 죽지 말고 살아남아야지. 

회사에선 2주간의 휴가를 줬지만 그렇게 오래 쉬면 하고 있는 일을 못 끝내고 다음 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아 5일은 자진 반납했다. 반납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엄청 불편했는데, 스스로 '월요일부터 쉬겠습니다.'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이렇게나 나의 일에 대해 투철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니, 요즘은 나날이 나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기분이다.


02.

어쨌든 그리하여 이번주까지는 피곤해도 참고 열심히 일하는 중. 그리고 다음주엔 무엇을 할까 고민중인데 아빠를 좀 찾아뵈어야 할 것 같고, 틈틈히 책을 읽을 생각이고, 그리고 부석사에 다녀와야겠다.

부석사는 예전부터 그냥, 별다른 이유없이 가고 싶었던 곳이다. 올해 들면서 그 생각이 매우 강해져 가는 방법과 차편을 알아보고는 했다. 어린이날에 갈까, 현충일에 갈까, 쉬는 날이 있을 때마다 생각을 했는데 여지껏 가지 못하고 있던 것을 이번에는 진짜 가볼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하루 날잡아 훌쩍 다녀와야겠다 마음은 먹었는데, 휴가철도 아닌데다 주중에 가는 것이라 동행할 친구가 없어 조금은 쓸쓸할 듯. 난 혼자서도 잘 노는 애니까 크게 걱정은 않는데, 문제는 혼자서 놀기는 해도 혼자서 길은 못찾는다는 것이다; 경북 영주에서 뱅뱅뱅 헤매지 말고 서울로 무사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03.

어제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읽고 자느라 오랜만에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취침 시간을 넘겼다. 몇 번이나 여기까지만 읽고 자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끝까지 읽어버렸다. 책은 너무나도(아주! 무척!) 재미있었고 그 책 속의 무언가가 내 가슴은 붕 뜨게 만들었다. (마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읽었을 때처럼!) 나는 롤라가 느끼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고 그래서 슬펐고 결국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땐 조금, 아주 조금 울고 말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이제야 알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04.

그리고 오늘은 이윤기의 <어른의 학교>. 그런데 오스카 와오의 세계에서 미처 다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완벽하게 빠져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집에 오니 알랭 드 보통의 신작이 도착해 있어, 빨리 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 <어른의 학교>도 나름 오랫동안 읽고 싶어했던 책이건만 이렇게 중간에 치여서 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니. 아무래도 내일의 책은 내일로 미뤄두고 오늘은 이 책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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