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9월 24일, 책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9월 24일, 책

dancingufo 2009. 9. 25. 00:59

<죄와 벌>을 읽었을 때를 기억한다. 처음으로 '흡입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책으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럼에도 생각했다. 정말이지 도스토예프스키는 위대한 작가라고.

<100년 동안의 고독>을 읽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아주 세게 린치를 당한 기분이었다. 처음과 끝이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필요없는 문장 같은 건 단 한 문장도 없는 듯이 느껴졌다. 이것은 매우 위대한 작품이었고 또한 마르케스는 나에게 처음으로 '우아함'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사랑의 역사>를 읽었을 때, 나는 드디어 내가 진실로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할 소설을 만났다는 걸 알았다. 이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였고 살아서 가장 나를 설레게 한 이야기였으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세상의 다른 모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외딴 방>은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훌륭하며 특별한 책. <데미안>은 처음으로 나를 설레게 한 책. <삼국지>는 내가 가장 많이 읽었던 책. <피버 피치>는 나를 가장 즐겁게 한 책. <호밀밭의 파수꾼>은 꼭 다시 읽어야 할 책. <다섯째 아이>와 <고양이는 별나. 특히 루퍼스는...>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매우 좋은 책. <로마인 이야기>는 내가 가장 오래 두고 읽은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 <체 게바라 평전>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과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올해 읽은 최고의 책. <오만과 편견>은 이유없이 편들어주고 싶은 책.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나를 가장 많이 울게 한 책. <로드>는 가장 압도적이었던 책.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책들을 생각했다. 사는 동안 좋은 책을 이렇게나 많이 만날 수 있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김애란이나 은희경, 박경리나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하는 알랭 드 보통과 버지니아 울프조차 아직 언급도 못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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