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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경주 한 바퀴

dancingufo 2009. 9. 28. 13:38


경주에 다녀왔다. 몇년 내내 가고 싶었던 도시건만, 막상 가기로 한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기란 참으로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꼭 보고 싶었던 것들만 대충대충. 이상하게 난 불국사에 오면 이 다리들을 꼭 보고 싶었다. 청윤교와 백운교. 그리고 연화교와 칠보교. 이 사진 속의 다리는 연화교와 칠보교이다.

대웅전 앞 마당으로 가면 석가탑과 다보탑이 나란히 서있다. 사진 속의 탑은, 국보 제 21호인 불국사 삼층 석탑. 두 탑 중 서쪽에 있는 탑이다. 원래 이름은 '석가여래상주설법탑(釋迦如來常住設法塔)'인데, 흔히 줄여서 '석가탑'이라고 한다.

두 탑을 동서로 나란히 세운 까닭은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것을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多寶佛)이 옆에서 옳다고 증명한다는 법화경(法華經)》의 내용에 따른 것이라 한다.

이 탑은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중창한 당시인 8세기 중엽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다보탑은 볼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뭔가 보수 공사를 하는 중인 듯, 이렇게 가리워져 있던.

다보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을 따라 계단 위로.

올라가면 다보탑의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석가탑이 우리나라 일반형 석탑을 대표한다면, 다보탑은 특수형 탑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석가탑은 2층의 기단(基壇)위에 세운 3층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다보탑은 그 층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십(十)자 모양의 평면을 하고 있는 기단은 사방에 돌계단을 마련하고, 8각형의 탑신은 그 주위로 네모난 난간을 돌렸다.여기에 대나무마디 모양의 돌기둥, 16장의 연꽃무늬 등을 새겼는데, 돌을 깎아 세운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솜씨가 훌륭하다고 한다. 또한 석가탑의 머리장식이 후에 복원한 것인 반면, 다보탑의 머리장식은 거의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이러한 다보탑을 보고 싶었는데,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음에 보면 되지, 라고 하기엔 경주에 오는 일이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니까.


이것은 사리탑 같은 것일까.

대웅전 앞에, 석가탑과 다보탑 사이에 있던 탑.


가을이 오고 있다.

초록잎들이 노란잎으로 변해가는 계절.


나무 모양이 너무 특이해서 한 컷.

불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1교구본사(敎區本寺)의 하나로 그 경내(境內)는 사적 및 명승 제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1995년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록되었다. 경내면적은 11만 7541평이다. 나는 불국사가 조금 더 넓은 절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았달까.


고개를 들어보니 반짝반짝 별모양의 나뭇잎들이 예뻐서.

단풍잎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불국사를 떠나 점심을 먹고 안압지에 도착했다.

이곳이 안압지. 사실 경주에서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안압지는 밤에 봐야 제맛이라고 했건만 낮에 가게 되어서 조금 슬펐다. 그래도 안압지를 걷는 동안 꽤 평화로웠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안압지를 뛰어다니던 청솔모.

사실 찍으면서 다람쥐라고 생각했는데, 네이버에서 사진을 찾아보니 청솔모인 듯하다.




엄청나게 가볍고 빠르게 뛰던 녀석.

 

안압지는 신라 때의 연못으로 월성(月城)의 북동쪽에 인접해 있다. 《삼국사기》 674년(문무왕 14) 조(條)를 보면 궁성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花草)를 기르고 진금이수(珍禽異獸)를 양육하였다고 했는데, 안압지는 바로 그때 판 못이며 임해전(臨海殿)에 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안압지는 인간이 일부러 만든 것으로, 이런 모양으로 물이 흘러가게끔 만든 것을 보고, 신라 시대 귀족들이란 참으로- 라는 생각을 두어 번 했다.


내물왕릉 계림 월성지대. 굉장히 큰 능이 서너개 있었는데, 내물왕릉 이외에는 누구의 것인지 잘 모르겠다.

첨성대를 만나러 갔다가 발견한 릉들. 첨성대 바로 옆에 있는 것들이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안압지. 불국사. 그리고 첨성대. 그런데 첨성대가 이런 모습으로 있었다_-_

때맞춰 비도 내리더니, 때맞춰 다보탑도 보여주지 않더니, 때맞춰 첨성대도 보수 공사 중이라는.

첨성대는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천문관측대로 알려져 있다. 국보 31호로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것이 천문대가 맞다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다.


이번에는 좀 더 가까이서 본 능들. 첨성대를 보고 허탈한 마음에 그냥 차로 돌아갈까 하다가 저쪽으로 난 길로 계림이 보이기에 계림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계림에서 만난, 가지의 무게로 휘어 있는 나무. 경주 계림은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 첨성대()와 반월성() 사이에 있는 숲이다. 이 숲에는 신라 왕성()인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강 전설이 깃들어 있다.

《삼국유사》에 '60년(탈해왕) 8월 4일 밤에 호공()이 반월성 서쪽 마을을 지나가는데, 마을 옆 숲이 황금 궤에서 나오는 광명으로 가득 차고 흰 닭 한 마리가 울고 있어 탈해왕에게 고하였다. 왕이 즉시 이 숲으로 가 궤를 열어보니 사내아이가 있어 알지라 이름하였고, 금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이라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계림이라는 명칭은 숲에서 닭이 울었다는 데서 연유되었으며, 후에 국명으로도 쓰였다.

이렇게 계림까지 둘러보고, 경주빵의 원조라는 황남빵을 산 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래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나를 경주까지 태워다준 동행은 저녁쯤엔 경주를 떠나야 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출발.

원래는 부석사를 꼭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경주행엔 성공했는데 부석사행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부석사는 대체 언제? 글쎄, 머지않아 기회가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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