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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봉하, 생가 복원식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두 번째 봉하, 생가 복원식

dancingufo 2009. 10. 2. 12:03

고향에 내려가 있던 중, 마침 생가 완공식이 열린다는 걸 알았다. 밀양에 가기로 되어 있던 날이라 잠깐 망설였지만 곧 일정을 바꿔 봉하를 찾았다.


봉하를 찾는 날마다, 하늘이 새파랗고 햇볕이 눈부시다. 봉하는 40여 가구 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건물이 많지 않다. 때문에 햇볕을 피할 곳도 많지 않은 곳. 차에서 내리자마자 금세 덥다는 생각이 확 밀려오는데, 그 더위를 식힐 곳을 찾을 수 없다.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 이제는 평화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봉화산.


더위를 참고 느린 걸음을 걷고 있자니, 마련된 의자마다 묶인 노란 풍선이 보인다.

노란 풍선 저쪽으로 사저가 보이고 사진 속에서 왼쪽으로 생가가 보인다. 사회를 명계남씨가 맡았는데, 노통이 그리 되신 이후 저 분 표정은 볼 때마다 참- 뭐라 말을 하기가 힘들다. 


식을 준비하는 측에서 준비를 하다고 했는데, 자리가 좀 많이 부족했다. 사실 더 자리를 놓을 장소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정치계 인사들이 나오기 전에 마을 주민들이 이미 그 자리에 앉아 있어서, 명계남씨가 첫줄에서부터 세 번째 줄까지는 인사들이 앉도록 자리를 좀 비켜달라 부탁하셨다. 하지만 앉아계신 분들이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땡볕에 서있게 하기도 좀 그랬을 것이다.

사진 속에 안경을 낀 사람은 안희정이다. 안희정은 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밖에 나와 있었고, 하여 일찌감치 제일 첫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강금원, 문재인,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등 다른 참석자들이 줄줄이 나오자 계속 자리에 앉아있기가 좀 그랬던가 보다.  


결국 앉았던 자리를 다른 분들께 양보했다. 분명히 내가 선 줄에 안희정이 앉아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길래 고개를 둘러보니, 이렇게 끝으로 가 서 있더라는. 저러다가 좀 있으면 뭔가를 깔고 주저앉으신다. 아마도 다리가 아프셨을 것.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안희정의 옆이 이광재다. 두 분 다 친노 인사들 중에선 막내뻘일 테니 자리는 어른들에게 양보한 후 주민들 사이에 섰다.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든 분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의외로 잘 웃으신다.

식이 시작됨과 함께 명계남씨가 참석자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셨는데, 문재인씨의 이름이 불리자 환호 소리가 매우 컸다. 광장에서 어떤 분이 하셨던 말씀이지만, 문재인씨를 보면 어쩐지 대통령님이 생각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유흥준 교수가 나오셔서 생가에 대한 설명을 하셨고, 이후 한명숙 전 총리의 축사가 있었고, 권양숙 여사께서 나오셔서 답사 같은 것도 들려주셨다. 여사님이 나오시니 힘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는데,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건강해지신 듯한 표정이라 다행이랄까.


그렇게 식이 끝나고 다들 손에 하나씩 들고 있던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지긋하게 나이가 드신 분들도 이 풍선을 놓지 않고 있었다. 다들 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이 풍선은 남녀노소 따질 것 없이, 봉하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노통에 대한 그리움이나 애잔함, 사랑이나 존경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늘로 하늘로 떠오르는 노란 풍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생전에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 이제와서 왜 이렇게 난리냐고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대통령을 욕한 건 그 분을 가장 미워해서가 아니었다. 그 분을 가장 신뢰했고 그 분에게 가장 많은 것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슬퍼하지만, 확실한 것은 돌아가셨다는 이유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 분은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 받은 대통령이다. 그렇게 가셨지만 부디 그곳에서도, 국민들의 이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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