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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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Here we go

dancingufo 2009. 10. 3. 01:19


 

Arab strab의 Here we go.
정말이지 이 노래는 살짝 미치도록 좋다.

이 노래에 관한 일화.
중국에서 살던 시절의 일이다.
친구랑 음반 매장에 들렀는데, 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매장 주인에게 이 노래가 담긴 CD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주인은, CD가 한 장 밖에 없다며 팔 수 없다고 했다.
(그 사람은 외국에서 자기가 직접 CD를 사와서 모으는 사람이었는데,
자기가 팔 건 팔고 그렇지 않은 건 팔지 않았다.)
그래서 난 조금 슬펐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뷔요크의 CD를 사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시 그 매장에 들렀다.
사실 내가 자주 가던 곳은 아니고 친구가 자주 가던 곳으로
난 그 날 딱 두 번째로 가는 거였는데
내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이 나를 불렀다.
헤이, 뭐 어쩌고 저쩌고-
사실 너무 빨리 말을 해버려서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멍하니 서있자니 그 주인이 CD 두 장을 꺼내서 내 앞에 던지듯이 놓았다.
뭔가 싶어 보니까,

이게 저번에 네가 좋다던 그 노래가 담긴 CD라고.
그래서 또 쳐다보니까,
다른 CD를 가리키며 같은 가수의 CD라고.

그제야 나는 그 사람이 내게 건넨 게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렇게 나는 Arab strab의 CD를 가지게 되었다.
일부러 챙겨둔 것 같아서(물론 돈을 받고 파는 것이라 해도) 고마운 마음에 들어
씨에씨에, 두 번 말한 것 같은데 끝까지 답을 안 해줘서 세 번은 말 안 했다.
원래 세 번 말하면 진심인 법이건만.

어쨌든 그래서 집으로 가지고 온 후,
다른 노래들도 처음엔 몇 번 즐겨 들었는데
그러다 언제부턴가는 here we go만 듣고 듣고 또 듣고.

귀국한 후에 한동안은 약간의 우울증 상태였는데,
그때는 매일같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나중에 친구한테 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이건 내가 잘 때마다 듣던 곡인데
듣고 있으면 살짝 죽고 싶은 기분이 드는 노래라고 했더니,
넌 왜 들으면 죽고 싶은 노래를 잘 때마다 들었냐고 물었다;

그러게, 난 왜 그랬을까.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 노래를 들은 적이 거의 없는데
오랜만에 언니 블로그에 갔더니 이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아아, 그러니까 언젠가 언니에게
킹 크림슨의 Epitaph와 이 노래의 음원을 건네준 적이 있다.
(노래 듣는 취향하고는, 참 놀랍게 우울하다.)

그게 벌써 지난해거나 지지난해의 일인 것 같은데
어째서 언니는 뜬금없이 이 영상을 올린 것일까.

어쨌든 오랜만에 들으니까, 새삼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생각난다.
아아, 살짝 미칠 만큼 좋은 노래.

James morrison의 one last chance.
King crimson의 epitaph.
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
bigbang의 아무렇지 않은 척.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

그리고
Arab strab의 here w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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