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11월 3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11월 3일,

dancingufo 2009. 11. 4. 02:11

우스운 이야기지만, <청춘의 독서>를 읽다가 마지막에 울컥- 했다. 그러니까 조금 눈물이 났다고.

유시민은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원하기만 했다면 조금 더 영악한 태도로 조금 더 쉽게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노통이 우직한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원한다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었을 거란 느낌이 드는 것과 비교할 때 유시민은 노통과는 다른 느낌의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유시민이,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은 스스로 원하지 않은 탓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 만큼이나- 그가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우리 나이로 51세. 그런데도 이 남자는 아직도 '설렘'이나 '향기'를 운운하며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한다. 그 길이 한없이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 설렘이 있기 때문에 그 길을 걷겠다는 이 남자를 보면서,

뭐랄까, 나는.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지- 생각을 하면서 웃음을 짓다가도 때문에 이 사람을 우리가 원하는 자리까지 가도록 만드는 게 역시 쉽지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존경하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아니다. 그냥 나는, 유시민을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유시민의 부족한 점은 남들이 흔히 말하는 '독선, 아집, 튀는 면모, 분열을 일으키는 기질' 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유시민이 풍기는 분위기에서, 유시민의 얼굴이 주는 느낌에서, 무언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처음부터 온갖 거짓말을 남발했던 대통령은 딱 그만큼 간교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사람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까 유시민이 지금보다 조금 더 진중한, 단호함을 잃을 필요는 없지만 조금 더 온화한, 조금 더 무겁고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얼굴을 가지게 된다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지금의 유시민은, 너무나 복잡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심시키고 하여 믿고 따르게 하기엔, 유시민은 때때로 너무 슬퍼보이고 그래서 한없이 약해보인다. 그러니까 유시민은, 불안해 보인다는 말이다. 말투는 차갑고 날카로워 단호한 사람인 것 같지만, 유시민은 툭하면 울고 고민하고 자주 상념에 빠지는, 아직도 역사나 인간에 대한 낭만적인 믿음을 버리지 못한 로맨티스트이다. 나는 유시민의 그러한 점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결국 정치인 유시민의 약점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때로는 조금-

걱정이 된다.

생각지 못했던 일로, 조금 더 빨리 써냈다는 <청춘의 독서>. 그리고 이 다음 책은 노통의 평전(어떤 형식의 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셨지만 어쨌든)이 될 터. 새로운 책을 기다리는 마음 한편, 그 책은 이렇게 출간되지마자 손에 들고 기쁜 마음으로 휘리릭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슬프다.

새삼 생각을 했다. 유시민은 아직도 노통이 많이 그리운 거구나- 라고. 그래서 조금 슬펐고 그래서 유시민이 조금 더 힘을 냈으면 하고 생각했다.

마음이 들썩거린다.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가 이번에도 쉽지 않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