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11월 24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11월 24일,

dancingufo 2009. 11. 25. 02:38

고등학교 시절, 정신분석과 관계된 책을 무작정 빌려다 읽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프로이트니 융이니 하는 그런 사람들이 쓴 책들 말이다.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책들은 내가 이해하기엔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는 그 읽기를 그만두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프로이트의 모든 책들을 다 빌려보았다.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글자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책들이 나름대로 재밌다고 생각했다. 누가 나에게 읽으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나 스스로 어떤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나름대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은 것이었다. 진심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자니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난 이유이다. 물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열 일곱에 읽는 <꿈의 해석> 만큼 어렵진 않다. 하지만 사고를 우주의 범위로 넓힌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방금 읽었으면서 제대로 이해가 안 돼 다시 한 번 더 읽곤 하지만, 그런데도 어쩐지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걸 재미있다고 여기는 내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책들도 나름대로는 재미있게 읽는 아이였다는게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어떤 책을 재미있다고 말하거나 아주아주 멋지다고 말하는 게 진심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또 내 진심을 의심 중이다. 나는 정말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그저 읽고 있다는 데 만족감을 느기고 있는 것일까.

아, 정말 세상엔 어려운 질문이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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