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11월 25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11월 25일,

dancingufo 2009. 11. 26. 02:01

01.

갑자기 얼굴에 열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루이틀만에 턱선을 따라 트러블이 줄을 이어 생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지금처럼 온 얼굴에 열꽃이 피었던 때가 있었다.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았더니, 속의 열이 얼굴로 올라온 탓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리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피부로 별로 고민 안 해보고 살아서 그런가. 몇 개만 솟아올라도 거울을 보면 그 부분만 확대되어 보인다. 결국 이 얼굴로 밖에 나가는 게 싫어져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즐겁지 않은 출근길인데, 피부까지 이렇게 속을 섞여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02.

괜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해도 도리는 없다. 그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 있을 뿐이다. 부디 이 모든 것들을 너무 많이 끔찍해하고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03.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있다. 웃고 싶지만 마음 놓고 활짝 웃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말은 입밖으로도 꺼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 말만 들어도 수줍고 부끄러워지고 마는.

네가, 더 이상은 벽을 보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렇다해도 나는 네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는 똑같이 너를 어여삐 여기고 귀여워 하겠지만, 그렇지만 그런 마음으로 산다는 건 어쩐지 고통스러울 것 같으니까. 외롭고 아플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처럼 사람을 향해 말하고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읽을 줄도 아는 아이가 되어서 다행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정한 말이나 달콤한 초콜렛, 옷깃을 여며주는 일 따위 모두 다 잊힐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그 항목에 YES라고 동그라미 치면서 떠오르는 얼굴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남아있는 시간 동안, 우리 조금 더 다정하게 지내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