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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 나를 부르는 숲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12월 23일, 나를 부르는 숲

dancingufo 2009. 12. 24. 02:17


<발칙한 유럽 산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발칙한 영국 산책> 그리고 <나를 부르는 숲>을 읽고 있으니 빌 브라이슨을 만나는 것은 네 번째이다. 첫 책이 꽤 마음에 들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지만 두 번째 책은 내 관심사가 아닌 것을 다루고 있었고 세 번째는 첫 번째만 못했다. 그런데도 다시 네 번째 책을 고른 것은, 확실하게 내 눈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왠지 이 작가의 책에는 뭔가 다른 게 더 있을 것만 같은 기대 때문이었다. 빌 브라이슨은, 왠지 내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더 많이 흥미로운 작가일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를 않고 네 번째까지 왔는데.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나를 부르는 숲>을 선택했는데 말이다.

그랬는데, 오오- 이것은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나를 부르는 숲>은 매우 재미있고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무척이나 따뜻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이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더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오늘은 출근한 직후부터 퇴근하기 직전까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을 해야 했을 만큼 정신이 없고 또 많이 바빴는데, 그래서 퇴근길에는 무척이나 지쳐 있었는데, 그럼에도 <나를 부르는 숲>이 나의 퇴근길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지하철을 타면 바로 졸아버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카츠가 길을 잃어 위험에 처했던 장면을 읽는 동안 마음이 왠지 찡해져서 나는 졸기는커녕 아아, 이런 건 정말 너무 좋다! 라며 감격에 젖고 말았다.

만약 <나를 부르는 숲>을 가장 먼저 만났다면 나는 빌 브라이슨을 지금보다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번째로 만나, 그래! 역시 이 작가에겐 이 정도의 작품이 있었던 거야-! 라는 기분을 느끼게 된 것도 나름대로 좋다. 지난해에 도리스 레싱을 찾았다면 올해는 (물론 내 취향이 기준점일 땐, 도리스 레싱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그래도 빌 브라이슨을 찾았다. 이 정도로도 꽤 만족한다. 다음 해엔 또 새로운, 흥미롭고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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