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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요즘 내가 읽는 것들, 2010년 2월

dancingufo 2010. 3. 11. 11:55

 

<구입한 책>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 선물

한비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 선물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달의 궁전

폴 오스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닉 혼비, 슬램


<읽은 책>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아서 코난 도일, 네 사람의 서명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문의 개

아서 코난 도일, 공포의 계곡

지식e, EBS 지식 채널-e

아서 코난 도일, 셜록홈즈의 모험


폴 오스터를 처음 만난 건 <뉴욕 삼부작>을 통해서였다. 같이 사는 친구에게 ‘재밌는 책 한 권만 빌려줘.’라고 했을 때 친구가 빌려준 것이 <뉴욕 삼부작>이었다. 책이든 영화든 나름대로는 취향이 잘 맞는 친구가 빌려준 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나에게 <뉴욕 삼부작>은 그냥 그랬다. 나쁘진 않았지만, 크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냥저냥 그 책을 읽어 넘겼고 이후로 폴 오스터는 나에게 (찰스 디킨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유명세만큼의 호감은 가지 않는 작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왜 갑자기 <브루클린 풍자극>을 읽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생일을 앞두고, 함께 일하는 Y가 생일 선물로 뭘 해줄까 자꾸 묻기에 jason mraz의 CD를 사달라고 했다. 하여 그 CD를 주문하던 Y가 책도 한 권 같이 사줄 테니 뭘 사줄까 하기에 잠깐 고민하다가 <브루클린 풍자극>을 선택했다. 아마도 어디선가 이 책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는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내 돈을 주고 사는 건 내키지 않아서 미뤄뒀던 모양이다. 그러다 누가 선물을 해준다기에 쉽게 고른 것이 이 책이었고 그 순간의 쉬운 선택 덕분에 나는 굉장히 기분 좋게 2월의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엇다.


그러니까 <브루클린 풍자극>은, 아주 좋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즐거워했고 (마치 닉 혼비의 책을 읽을 때처럼, 이라고 말한다면 내가 얼마나 유쾌하게 이 책을 읽었는지 이해가 되시려나.) 그래서 역시 하나의 작품만으로 그 작가가 내 타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브루클린 풍자극>에서는, 내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으면 싶은 사건들만 연속해서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네이선은 그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 어찌 보면 이런 이야기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직장과 아내를 잃고, 하나뿐인 딸에게마저 외면당하며, 하여 죽을 곳이나 찾아 헤매는 상황) 자신에게 또 다시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싶은 인간의 환상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뭐 어떠랴 싶다. 그런 환상마저 없다면 사는 일은 지금보다 더 많이 힘들거나 버거울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인간에겐,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는 행운이 종종 일어나곤 하지 않던가.


모순과 과장, 그리고 웃음. 나는 내가 이 세 가지의 특성들을 모두 다 좋아하고 이 특성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광경도 매우 즐거워한다. 내가 아낌없이 애정을 주고 있는 닉 혼비는 그러한 광경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줄 아는 작가이고, 최근에 즐겨 읽고 있는 빌 브라이슨도 그러한 작가이며(비록 빌 브라이슨은 종종 ‘미국인스러움’, 또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시점’ 같은 것을 내보여 나를 껄끄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폴 오스터 또한 그러하리란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여 나는 일단 폴 오스터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보기로 했고 그래서 이달 나의 ‘구입 도서 목록’에는 폴 오스터라는 글자가 네 번이나 더 쓰이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만은, 단순히 폴 오스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구입한 책이 아니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지금까지 읽지 않은 책’들이 나에게는 꽤 많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best10’ 이런 걸 꼽는다면 그 속에 <somke>가 들어가 있고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바로 이 <somke>의 시나리오다. <smoke>를 봤던 것이 5~6년 전쯤의 일인데, 그때부터 오기 렌의 이야기를 사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쩐지 지금까지도 이 책을 읽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이 책을 구입한 것이다.

 

하여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폴 오스터의 인터뷰, 촬영 뒷얘기 등을 읽고 있자니 <somke>의 이러저러한 장면들에 새록새록 떠올라 새삼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혔고, 그리고 <blue in the face>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 영화 역시 구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네 권 읽었다. 어릴 때도 홈즈 시리즈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루팡 시리즈였다면 모를까, 나에게 홈즈는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언젠가 고향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읽을 책이 없기에 언니의 책장에 꽂혀 있던 홈즈 시리즈 1권을 들고 와 읽었다. 그것이 <주홍색 연구>였는데 사실 거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이후로 홈즈 시리즈에 대한 마음은 접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번에 친구가 홈즈 전집을 샀다기에, 그리고 그 중 1권이 가장 재미없는 축에 속한다기에, 다시 홈즈를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친구가 선뜻 나에게 홈즈 전집을 빌려주겠다 하여 2, 3, 4, 5권을 읽었는데, 사실 여전히 썩 재미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재미있게 느껴졌으니 정말로 <주홍색 연구>가 유난히 재미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사이 내가 홈즈에 대해 더 너그러워진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1권부터 4권까지는 한 권의 책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를 좀 질질 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런데 5권 <셜록 홈즈의 모험>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짤막짤막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보아하니 전집은 총 9권까지 있는 모양인데, 아직 읽지 않은 나머지 네 권은 앞으로 읽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굳이 안 읽을 이유까지는 없지만, 일단은 집에 읽어야 할 책이 조금씩 쌓이고 있으니 이것들부터 읽어둘 생각이다. 하여, 홈즈의 이야기는 잠시 보류다.


홈즈 시리즈를 읽는 도중에 문득 계속 비슷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이 좀 지겨워져서 <지식e>를 읽었다. 이 책은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지식 채널e’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나온 작품이다. 1권만 읽고 말았는데 찾아보니 5권 정도까지 나온 모양이다. ‘지식 채널e’는 2005년 9월부터 방영되었고 일주일에 3~4번, 하루에 딱 5분만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영부터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방영되었던 내용들 중 40가지를 골라 책으로 엮은 것이 1권이며, 그 이후의 내용들이 다시 2권부터 차례대로 엮인 모양이다.


살면서 알고 있었으면 하는 것들, 모른 채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을 것들이 지식이란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함께 일하는 Y가 들고 다니며 읽다가, 읽다보니 어쩐지 화가 난다기에 나도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개중에는 많이 접해본 이야기들도 있고 생각 없이 무심히 지나쳐 왔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야기건 하나 같이 안타까웠던 것이 사실이고,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너무 짧게만 소개되어 있어서 다소 아쉬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에 읽은 책은 여기까지. 이대로 끝내기는 허전하니 여담을 한 가지 하자면,

얼마 전에 http://book.idsolution.co.kr/index.php 이런 곳에서 독서 취향을 테스트 해보았는데, http://book.idsolution.co.kr/test/tribe_info.php?tribe_no=13 “열대 우림 독서 취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마치 열대우림과도 같은 극도로 다양하고도 조밀한 책 소비 행태를 보임. 그 어떤 극단적인 내용이라도, 그 어떤 괴상하고 수상한 내용이라도 이 취향에선 대체로 기꺼이 소비되는 편. 가장 다양한 종류의 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지적인 대식가' 계층.”


이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타입의 독서 취향을 자극할만한 작가들이라고 예로 들어준 세 명의 작가들(아멜리 노통브, 김영하, 커트 보네거트)을 나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직은 크게 끌리지 않는다. 일단은 폴 오스터를 조금 더 읽자. 주소는,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면 심심풀이 삼아 해보시라고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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