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dancingufo 2011. 1. 1. 19:55

[그가 알기로, 최선의 길은 그냥 약간만 사랑하는 거였다. 뭐든지 사랑하되, 그냥 약간씩만, 그래서 그들 손에 허리가 부러져도, 아니면 시체 포대에 처넣어져도, 글쎄, 그래도 다음 사람을 위해 약간의 사랑은 남겨놓을 수 있도록.]

["당신 사랑은 너무 짙어서 숨막혀."
"너무 짙어서 숨막힌다고? 사랑은 원래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 희박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식소를 더 이상 써먹을 수 없겠다고 말하던 목소리는 정말 서글펐다. 아무리 사기를 친다고 해도 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깜둥이를 어떻게 팔아먹을 수 있단 말인가? 꽃피는 제 씨앗을 품고 30마일의 여인이 도망갔다고 세브노! 세브노!를 부르짖는 깜둥이를. 굉장한 웃음소리였다. 잔물결처럼 퍼져가는 그 환희의 웃음소리에 불길이 꺼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이 그를 사륜마차에 묶었을 때 폴 디는 입에 물린 재갈이 아니라 식소의 웃음소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할리를 보았고, 그 다음엔 이제까지 네가 본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고 있는 수탉을 보았던 것이다. 어떻게 수탉 따위가 조지아 주 앨프리드의 일을 알고 있었을까?]

불에 타 죽기 전, 자신의 아이를 밴 여자를 탈출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으로, 총 앞에서도 하하하- 웃었을 식소를 생각하자 울음이 터졌다. 그래서 책을 보면서, 혼자 엉엉. 식소는 어떻게 두렵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식소는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식소는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새해의 첫 날, 눈을 떠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빌러비드>를 읽었다. 뒤에 가서야 모든 것이 밝혀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처음엔 좀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하지만, 그것들을 버티고 나면 굉장한 것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인내할 자신이 있는 사람들을 <빌러비드>를 만나길.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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