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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질과 크리스

dancingufo 2011. 4. 8. 01:00


 

미묘해.
예전엔 그런 생각을 했거든.
난 리오넬 메시 때문에 새벽에 TV 앞에 앉아있고는 했지.
굉장하단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눈으로 봤을 때의 놀라움이란.

메시를 보고 있노라면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난 그런 게 재능이란 걸 깨달았지.
메시가 우리팀 선수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간절해졌어.
정말로 가지고 싶었지.
그런데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메시가 싫었던 거야.

호날도가 왔을 땐, 그래봤자- 라고 생각했지.
대체 호날도를 얻는다고 달라질 게 뭐냐 싶었으니까.
우린 우승을 못했고 또다시 챔스16강에서 탈락했으며 클래식 더비에서도 패했어.
남은 게 없었지.
호날도를 얻고도 완벽하게 실패한 시즌을 보냈어.

그러니까 호날도는 메시와 비교할 수 있는 재능이 아니라고 여겼지.
만약에 메시라면 우리에게 우승컵을 주고 챔스 결승전에도 데려가고
클래식 더비에서도 승리하게 만들어줬을 거야.
그게 메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만하지 않고 스캔들도 터트리지 않는,
소년같은 천재.

그렇지만 난 이제 더 이상 메시가 간절하지 않지.
난 호날도의 인간적인 면을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지.
누군가 메시를 줄 테니 호날도를 달라고 한다면 난 싫다고 하겠지.

그러니끼 미묘해.
어떻게 우리팀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까?
어떻게 내가 메시에게 무관심해지는 대신에 호날도를 귀여워하게 되었을까?

중요한 건 그들이 입는 유니폼인 거야.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팀이었던 셈이지.


청순한 외질.
마음에 드는 젊은 재능.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후, 레알이 외질 영입에 나섰다고 했을 때 너무나 기뻤지.


레알이 내게 주는 기쁨.
마음에 드는 재능을 가질 수 있는 만족감.



외질이 우리의 중원에 서있는 순간이 즐겁지.


그리고 그런 외질을 예뻐하는 크리스는 목격하는 순간도.


그래, 미묘해.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일.
예전의 그 거만하고 제멋대로이던 크리스는 어디로 사라지고
이렇게 다정다감한 크리스만 남은 걸까.

 난 라울이나 구티가 없는 레알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지.
하지만 그들이 모두 떠난 지금도, 난 여전히 이 자리에 남아서,
하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응원하고
어여삐 여기거나 귀하게 여기면서 시간을 보내지.
 

그러니까 참 이상한 거야.
어떻게 내가 라울의 7번을 꿰찬 호날도를 좋아할 수 있게 된 걸까.
어떻게 내가 구티의 자리에 서있는 외질을 어여삐 여길 수 있는 거지?

내 마음이지만 참 쉽고 냉정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야.
결국 나에게도 중요한 것은 팀이었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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