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1년 4월 17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1.01 ~ 2011.12

2011년 4월 17일,

dancingufo 2011. 4. 17. 17:12

알고보니, 메시도 인간이었다! 바르샤도 외계인 팀은 아니었던 거지. 이렇게 말하면 우습다는 것 알지만, 일대일이 되고 나니 우리가 좀 더 잘하는 것도 같았다(...) 어쩌면 다음 경기에선 우리가 이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난, 희망을 봤다. 경기 점유율이 2:8도 아니고 1.5:8.5쯤 될 때도, 나는 조금 희망을 봤다. 어쨌든 0대 5로 깨질 때만큼 비참할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비겼고, 어쨌든 우린 한 명 모자라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걸 했다. 그럼 된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우승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나, 벌써 여섯 경기째 엘 크라시코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 걸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궁시렁궁시렁, 궁시렁대는 크리스는 무척 귀엽다. 그렇지만 난, 크리스가 영웅이 되려면 이럴 때 뭔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리뉴도 마찬가지다. 무리뉴가 자기 말대로, 정말로 '스페셜 원'이라면 엘 클라시코에서 1무 1패를 하고 시즌을 마무리하면 안 되는 거다. 중요한 경기에서 뭔가를 해줘야 한다. 그런 게 영웅이다.

라울은 엘 클라시코의 사나이였고, 미스터 챔피언스리그이다. 지단은 유로2004 잉글랜드전에서 막판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다 진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늙은 프랑스를 결국 결승전까지 끌고 갔다. 그러니까, 그런 게 영웅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두가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존재. 그런 게 영웅이란 말이다.



페페가 우리 팀에 온 지 4년이 되어 간다. 그 동안 페페는 엘 클라시코에서 늘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니까 난 페페를 보면 '타고난 레알맨'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페페가 좋다. 비록 자주 흥분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거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만 페페가 좋다. 깨끗하게 민 머리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케플러 페페.



어쨌든 이제 겨우 한 경기가 지났다. 네 경기 모두 다 중요하지만, 굳이 가장 덜 중요한 경기를 꼽으라 하면 이 경기를 꼽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왕컵과 챔스는 우승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물론 리그 역시 포기하긴 이르지만, 어쨌든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국왕컵이 리그보단 중요도가 낮다는 건 알지만,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한 지도 오래 되었고, 무엇보다 바르샤의 트레블 같은 걸 일찌감치 무산시키고 싶으므로 이건 꼭 가져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원하는 것은 챔스인데, 저쪽에서 샬케가 올라오길 간절하게 바라는 만큼이나 이쪽에선 우리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러니 남은 경기들을 잘하도록 하자. 바르샤는 강한 팀이다. 하지만 축구는 절대로 객관적인 전력의 우세 같은 것으로 승패를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더 약하거나, 부족하거나, 모자란 점이 많다 해도 상관 없다. 우리에게 메시가 없다는 것 또한 상관 없다. 그냥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걸 믿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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