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1년 8월 7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1.01 ~ 2011.12

2011년 8월 7일,

dancingufo 2011. 8. 7. 17:15


누군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누군가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내 생각이 틀릴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김형일이나 고창현도 좋아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작정 믿었던 이름들이 또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들에 대해서는 늘 너그럽게 굴었고, 또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서 슬펐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이름이 거기에 있어서. 차라리 이런저런 다른 이름들이었다면 조금 놀라고 말았을 텐데. 하필이면 그 이름이 그곳에 있어서, 나는 슬펐고, 한동안은 내가 뭔가를 잘못 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국가대표급이었으며, 자주 팀을 옮겼고, 현재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모선수'라는 설명을 보았을 때 나는 단박에 권집을 떠올렸다. 잔디 위에 서있던 권집이 참 예뻤던 기억. 그런 권집을 보면서 흐뭇해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김형일을 다시 줘도 권집은 못 돌려준다고 생각했던 기억. 그런 기억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순간에 권집을 생각했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그러니까 권집을 좋아했지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장현규는. 그러니까, 장현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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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장현규는, 감독님께서 특별히 예뻐하셨던 선수이다. 연습 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질문을 던지던 선수이고. 그래, 또 또 장현규는, 수원과의 FA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갔던 순간에 실축을 하자 엉엉 울면서 경기장을 빠져나오던 선수이다. 내가 기억하는 장현규는, 넘어지고 엎어지고 부상을 당해도 얼른 일어나 공을 안전하게 처리한 다음에야 다시 쓰러지곤 하던 선수이다.

그래, 그런 장현규니까. 그러니까 좋아했던 것도 같다. 믿었고 든든하게 여겼고 그래서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떻게, 무슨 이유로, 장현규를 좋은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장현규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나는, 조금은 마음이 아픈 것뿐이다. 내가 믿었던 것이 진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그 좋은 선수였던 장현규의 축구가 끝나버렸다는 것이 말이다. 그 얼마의 돈과 유혹과 또는 나는 잘 알지 못하는 그 어떤 어려움 때문에 축구 인생 전부를 끝장내버린 장현규의 어리석음이, 유약함이,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나는 마음이 아프다.

내가 장현규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렇다. 나는 장현규의 팬도 아니고, 장현규를 잘 알지도 못하고, 사실 장현규의 축구를 본 지도 오래 되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다시 접할 때마다, 몇십 명의 선수들이 우루루 법정에 서야 했던 이 웃지 못할 촌극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장현규란 이름이다. 나는 그런 곳에 서있을 장현규를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 아파하다가 또 때로는, 장현규가 그 일에 가담한 것이

대전에서일까? 광주에서일까? 아니면 포항에서일까?

하고 궁금해 한다. 어디에서이건 다른 것은 없는데, 어리석게도 나는 부디 대전에서 그러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은 왜 이렇게 미련한 것인지 모르겠다. 왜 나는, 너같은 놈을 내가 믿다니! 라고 생각하며 화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어째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마지막 배신만은 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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