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1년 8월 20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1.01 ~ 2011.12

2011년 8월 20일,

dancingufo 2011. 8. 20. 22:02

열네 살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더라. 네가 돌아간 다음에 나는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슬펐을 것이고,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과 그리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열네 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나는 너를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긴 우리가 같은 열네 살이라 해도 어떻게 내가 타인을, 또는 타인이 무슨 수로 나를, 100% 다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예전엔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살갑게 군다 해도 이 아이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우스개소리로 설마, 그럴리가, 따위의 말들을 늘어놓았고 그러니까 나는 훨씬 더 쉽게 마지막을 생각했다. 하지만 문자 한 통에 매번 나를 만나러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를 볼 때마다, 나는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차갑게 돌아서고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예상 못하게도 정을 주며 곁에 남는다.

 



어쩐지 어두워졌고 고민이 많아 보였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말이 많지 않은 너는 얘기를 하려다가도 우물쭈물. 그래서 난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하지만 결국엔 성적 가지고 잔소리나 늘어놓는 고리타분한 어른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난 미리 양해를 구했던 것이다. 내가 너 아니면 누구한테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겠냐고.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나는 늘 이별을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을 만날 때의 내 습관이다. 그러니 이토록 부서지기 쉬운 관계에서 끝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나는 늘 마지막을 생각하고, 그러니까 마지막이 오기 전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 많은 것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지금까지 종종 그래왔으므로 이번에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너는 내가 자랑하고 싶은 아이. 갈수록 착한 청소년이 되어가네요. 잘 키운 보람이 있겠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 그럼, 난 네가 열한 살일 때부터 애지중지 너를 예뻐했고 그 사이 너는 나보다 20cm나 더 큰 열네 살 청소년이 되었다. 언젠가는 한때 그런 사람이 있었지, 라고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이름이 된다고 해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다음달에 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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