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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배터리

dancingufo 2011. 8. 26. 09:23



풍기가 홈런 치고 들어오자, 자기가 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고민지.
내가 좋아하는 풍기를 네가 잘 따르는 걸 보니 나도 기쁘긴 하다만,
너무 그렇게 대놓고 좋아하지마.
그래봤자 너도 풍기 어장에서 노는 수많은 물고기 중 한 마리일 뿐일 텐데.





봄에는 분명히 우리 8위도 했는데,
7월, 8월, 두 달 지나고 나니 어느덧 3위다.

7월 1일에 여섯 게임 차가 나던 LG를 7월 30일에 공동 4위로 따라잡았고
8월 1일에 7게임 반 차 나던 2위 기아를 어제 결국 4위로 떨어뜨려 놓았다.

타자들은 대충 쳐도 안타,
좀 제대로 휘두르면 홈런이요,
투수들은 QS가 제일 쉬웠어요~ 모드로 공을 던지니
요즘 같아선 야구가 너무 쉽다.

야구가 쉬워.
이렇게 쉬운 야구를 왜 다른 팀들은 잘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설레발을 치면 안 된다.
꼴레발은 죄악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야.

사실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얘네가 포시 가서 뒤통수를 얼마나 세게 치려고 이러는 건지.
잘해도 좀 적당히 잘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자기들만 야구 하는 기분으로 상승세를 타니
어지럽기도 하고
현기증도 나고

평화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다보니
앞으로 뭔가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함이 스물스물 피어 오르지만.




그래도 일단 2위까지 올라가자.
인예도 없고 광현이도 없어.
이때다 하고 치고 올라가야지.

그리고 포시에서 기아를 만나면,
호랑이 무서운 줄은 절대 모르는 우리 고민지가
멋지게 승리를 선사해주리라 믿으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짜 가을 야구를 기다리는 거야.




수훈 선수 인터뷰 중이신 7승 투수님.

스머프도 잘 어울리는구나.
유니세프만 못하지만.

유니폼이 제일 잘 어울려.
사복 간지는 조금 우습던데.




실질적으로는 데뷔 2년차.
나이는 고작 스물 둘.
우리 1군 중 막내가 고민지인 건데.

그런 고민지를 시즌 초반엔 노예처럼 돌려막기를 시켰다.
덕분에 애 하나 망가질까봐 다들 얼마나 가슴을 조렸니.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고 결국 네 자리를 찾아서,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주고,
덕분에 팀은 5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킬 수 있게 됐지.

그런 걸 생각하면 고원준이 장하기는 참 장해.
그런데도 나는 뭔가 만족스럽지가 못하지만.

초반에 3실점씩 내주고 경기하는 것도 못마땅했고
잘 틀어막던 경기에서 갑자기 3~4점씩 내주는 것도 못마땅하고

차라리 안타를 맞을 것이지
연달아 볼넷을 내준다거나
2아웃 잡아놓고 점수를 내주는 것도
역시 나는 못마땅해,

생각해보면 고원준이 경기를 잘했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분명히 잘해주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토록 불만족스러운 마음인 것은,

그러니까, 그냥 더,
어리다는 이유로,
불펜이 승을 날려먹었다는 이유로,
초반에 혹사를 당했다는 이유로,

감싸안아주지 않아도 될 만큼 더 많이,
잘하기를 바라기 때문인 거야.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지.




늘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늘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강민호와 고원준.

우리의 사랑스러운 탐라 배터리.



고민지야, 민호형 말 잘 듣고 민호형처럼 크거라.
어장을 만들 필요도 없고 살을 찌울 필요도 없어.

그냥 아무리 욕을 먹어도 흔들리지 말고,
팀에 있는 동안에는 팀에 충성심을 표하면서,
SNS는 팬서비스용으로만 쓰고,
튼튼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거야.
옆에 있다보면 자연스레 닮게 되겠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우리의 탐라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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