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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웬수들. 그리고,

dancingufo 2011. 9. 18. 01:21
 
언제더라. 한동안, 늘 그랬듯, 그 날도 문규현이 결정적인 안타를 쳤지.
순간 기쁜 마음에, 문규현의 이름을 외치고 싶었는데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리바! 달님! 문대호! 까지 다 생각났는데, 정작 문규현은 생각이 안 나서 혼자 웃었지.

올해 우리 타자들 중에선 아섭이가 정말 훌륭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유난히 흐뭇하게 만든 것은 '조선의 9번 타자' 우리들의 문규현.  


문규현은 진정한 야구 미남이야.
나는 이렇게 웃고 있는 달님이 참으로 좋구나.


'황재균+멍청이'의 조합으로 '황청이'라 불리는 우리들의 청이.
고원준에게선 아직도 넥센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그보다 고작 반년쯤 먼저 '우리꺼'가 된 황재균은 처음부터 롯데 선수였던 것만 같아.
트레이드 발표되자마자 랄랄랄 어깨춤을 추면서 부산으로 넘어온 것 같은 황재균.
 
똑똑하고 지적인 남자가 이상형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운동 잘하는 백치'가 이상형이었던 내가
황청이를 어여삐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 거야.



그렇다 해도 만약, 청이가 매경기 입 쩍 벌어지게 만드는 놀라운 수비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마냥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어깨를 자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청이를 예뻐했을까?

아마 그러지 않았겠지?
역시 야구 잘하는 사람이 미남인 거야.
그런 의미에서 청이도 진짜 미남.


달님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리바'라는 별명이나,
우리 안방마님께서 원치 않는다 하시는 '풍기'라는 별명 정도는,
고원준이 가지고 있는 '고물'이란 별명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
물론 청이가 가지고 있는 '청이'란 별명도.

사실 난 고원준이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이 욕을 먹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또 그만큼 우쭈쭈거리는 팬들도 많은 것 같고, 
무엇보다 고원준의 성격 자체가 '마이웨이를 간다'는 타입인 것 같아서
많이 걱정을 하게 되지는 않아.


고원준이 가지고 있는 배짱. 단순함.
나는 그런 게 참 좋다.

그러니까,
축구선수든 야구선수든 좋은 선수가 되려면 어떤 면에서는 좀 단순해야 하거든.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하면 좋은 선수가 되기 힘들거든.
그런 점에서 고원준은 내 타입의 선수.

새가슴은 싫어.
고원준의 가슴은 단단해서 좋아.



웃고 있는, 상큼발랄 고원준.
웃으니까 예쁘다.
아마 고원준은 야구 못했어도 미남이었겠지?(;)

한동안 계속 이기고 또 이겨서, 어쩌면 10승 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꿈을 좀 꿨다. 
그런데 8승까지 한 이후에,
한 경기는 호투하고도 타격 지원을 못 받아 무승부로 끝나고
 그 다음 한 경기는 보기 좋게 탈탈탈탈 털리면서 두 경기 연속 승을 못 얻어,
아무래도 10승 투수의 꿈은 저 멀리 날아간 것 같지만,

그래도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고원준.
역시 난 투수가 좋아.
그리고 그 투수들 중에선 고원준이 제일 좋아.


그리고 요즘 나를 너무 안타깝게 만드는 강민호.


요즘은 강민호를 보고 있노라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난 내가 결코 우쭈쭈팬은 되지 않을 애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그렇게 된다 해도 그 대상이 고원준일 줄 알았지 강민호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그런데 난 요즘 무슨 일이 있어도 강민호에게는 뭐라 하지 못하겠구나.
몇주째 도무지 힘을 못 쓰는 강민호를 보는 게 왜 이렇게 힘드니.

그 누구보다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는 것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강민호가 그렇게 처져버리면 롯데는 롯데 같지가 않아.


힘내자, 풍기야.
얼른 다시 살아나서 우리 올해는 마지막까지 웃어보자, 풍기야.


 


+) 그리고, 
19년 전에 내가 처음 롯데 야구를 보기 시작할 때,
그때 난 LG의 이상훈을 보면서,
어떤 선수가 너무 훌륭하면 그게 상대팀 선수일지라도 좋아하게 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지.
우리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데도 이상훈의 공은 너무나 훌륭해서,
나는 이상훈을 싫어하는 대신 팬이 되었지.

그리고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
내가 상대팀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선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김광현.

김광현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알고보니 몸상태가 많이 좋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래서 한참동안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많이 안타까웠고,
얼른 빨리 돌아와서 다시 예전의 김광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응원했는데,

그 김광현이 돌아오네.
그것도 하필 롯데를 상대로.
 그것도 하필이면 고원준이 선발로 나설 날.


혹시나 복귀전 상대가 우리가 될까봐 이상하게 불안했어.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네.
돌아오게 된다면 반드시 좋은 투구를 보여주길 바랐는데,
하필이면 그 상대가 우리가 되었으니-

아무리 김광현이라도 승리 투수가 되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우리가 이겨야지.
그래도 우리가 2위를 해야지.

하지만 건강한 모습 볼 수 있기를. 
그리고 마운드에서 씨익 하고 웃어주는 특유의 그 모습도,
한 번쯤은 볼 수 있기를.

돌아오는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
실은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김광현.





 
* 각 사진의 출처는 사진 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사진이랑 마지막 사진은 출처가 안 들어가 있네요.
혹시 불펌이라면 알려주세요.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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