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1년 11월 19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1.01 ~ 2011.12

2011년 11월 19일,

dancingufo 2011. 11. 19. 21:35

예전에, 삼순이도 한 말이지만, 추억은 정말로 아무런 힘도 없다. 물론 그립고 애틋하고 그래서 사는 동안 때때로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그 덕분에 삶이 더 의미있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과거의 추억이 현재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 같은 것은 없다. 그건 그냥 과거다. 좋았든 나빴든 이미 끝난 것.

끝.

응. 끝났어.

그러니까 추억을 빌미로 삼아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그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그걸 몰라서 바보처럼 구느라 좋은 추억마저 망치고 마는 A같은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걸 모르는 데도 본능적으로 모든 걸 다 깨끗하게 정리한 너 같은 사람도 있다.

누가 제일 인간적이냐, 누가 제일 솔직하냐, 누가 제일 좋은 사람이냐, 뭐 그런 건 각자 생각할 일이지만 어쨌든 말이다. 네가 제일 현명하다는 걸 나는 알겠다. 네가 제일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네가 제일 좋은 사람인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네가 제일 현명해.

 


나는 말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가슴이 아플 때도 있었는데. 가끔은 정말로, 울고 싶기도 했는데. 실은 솔직하게 말하면 울기도 참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그냥 가슴이 따뜻해. 더 오랜 시간 동안, 네 곁에 있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원한 건 우리가 좋은 사람들로 사는 거였거든. 하지만 네가 그렇게 못하겠다는데, 너는 나를 버리고 가야겠다는데, 그러지 말아달라고 애원할 수는 없어. 그래서 그냥 너를 보내는 거다. 안녕, 잘 가. 하지만 행복하게 살지는 말아줘.  

나를 버리고 가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야 맞는 거니까. 발병이 나기 싫으면 날 안 버리면 되잖아.




때때로 생각을 한다. 네가 웃을 땐 어떻게 웃었던가 하는 것. 지금은 잊고 사는 많은 얘기들. 그리고 그 얘기들을 아마 너는 나만큼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너도 가끔은 나를 생각할 거라는 걸 안다. 나도 가끔은 네가 그립겠지만, 어쨌든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그리고 그런 게 바로 추억이라고.
 
힘은 없지만, 네가 있어서 좋았다. 어쨌든 난, 아직도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내가 나의 길을 가는 동안, 너도 너의 길을 가겠지. 그 길을 잘 갔으면 좋겠다. 한 걸음, 한 걸음, 잘 걸어가. 아프지 말아라. 가끔 울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잘 걸어가.

우리가 잘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정도면 많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래도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더 잘 헤어지자. 이제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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