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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이회영 평전

dancingufo 2012. 5. 28. 14:23

 

 

 

이회영 평전을 읽는데, 마음이 찡하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일생. 훌륭하다는 건 알지만,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할 거라는 걸 다 아는 이야기니, 그냥 글자를 읽으면 별다른 감흥이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에는 마음이 찡하다.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된 동료 이준은 죽고, 평생의 친구였던 이상설은 망명해 죽을 때까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 상황에서 더는 이러한 방법으로 일본에 맞설 수 없음을 깨달은 이회영은, 온 가족을 설득해, 600억이나 되는 전재산을 가지고 만주로 떠났다.

 

한 번 목숨을 바치는 것은 어찌보면 쉬운 결단이지만. 온 가족의 목숨과, 엄청난 전 재산과,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낯선 땅으로 떠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십년 후에는, 그 많던 재산을 모두 다 독립운동에 쓰고, 먹을 것이 없어 네 가족이 시체처럼 방 안에 누워 있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읽는데,

 

...... 마음이 찡하다. 어째서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어째서 누군가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데, 어째서 또 어떤 누군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도 제 이름 석자 알리고자 하는 욕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일까.

 

 

 

그런데, 그때, 이회영이 그렇게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을 때, 일제에 빌붙어 그 시기를 편히 보낸 이들이, 마지막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편안한 삶을 보냈을 거라 생각하면 새삼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아직도,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걸 믿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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